<사진 설명>거창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지난 21일 오후 5시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픈식을 가졌다. 함양 상림을 그린 신작 <새벽을 여는 소리>과 작가 권현숙이 오프닝에 앞서 사진설명을 하고 있다. 나의 그림읽기 함양 상림 아침 속에. 우주 슈퍼 에너지 굼뜰 # 내 나이 19세때. 나중 시인이 되고 싶어서 시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나에게 시를 가르쳐 준 선생님은 정현종 시인. 시인에게 “시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시인은 짧은 시로써 답한다. “보아라 깊은 밤에 내리는 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아무 발자국도 없다/ 아.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 저 혼자 아름답다”그리고 시인은 말한다. “예술창작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려면 박명(薄明). 그 시간을 포착하라”박명은 해가 뜨기 전. 사물이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어스름 때를 말한다. 시인은 나에게. “바로 이 시각이야말로 우리네 영혼이.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최상의 시간이다. 이때 정서(emotional)적 감동을 화폭이라든가 원고지에 옮겨라” # 최근 나는 함양 미술가 권현숙 최신작 <상림 새벽=새벽을 여는 소리>를 감상했다.박명의 시간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빛과 어둠 그 경계선상에서 숲 속 정령들이 굼틀거린다. 내 눈에는 이 상림 숲 정령들이 혼(魂)의 상형문자(象形文字). 하늘에 핀 별처럼 보인다. 권현숙 그림은 현재진행형이다. 처음. 그림을 볼 땐 박명의 순간이었는데 다시 그림을 바라보니. 숲 속 수많은 붙박이별 사이로 아침햇살이 비친다. 권현숙 최신작 <상림 아침. 새벽을 여는 소리>는 구상과 추상의 절충점에 위치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권현숙은 즐겨 함양을 테마로 미술품을 창작했는데 특히 내게 좋아하는 작품은 <기백산>이다. 기백산에서도 작가는 우주를 그리고 있다. 그림 속 기백산 봉우리가 인상적이다. 봉우리가 온 힘을 다해. 하늘 향해 그 무엇을 갈구하고 있다. # 권현숙의 <기백산>을 감상하노라니 출생천궁도(Natal horoscope)가 생각난다. 그림 속 기백산 봉우리는 스스로 자신에게 자문자답한다. “내 마음의 고향 저 우주 북두칠성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늘이시여 내 손을 붙잡아 주세요”이렇듯 권현숙 그림은 간결하면서도 사물의 특징적인 요소를 잡 잡아낸다. 이뿐이랴. 우주의 수퍼 에너지를 유감없이 화폭 속에 입력시킨다. 한편 나는 권현숙 일련의 작품 가운데 <도라지>(33.3 곱하기 24.2 oil on canvas|2009)를 가장 좋아한다.작가는 이른 아침. 비온 후 상림앞 시골밥상집 근처에서 한포기 도라지꽃을 발견한다. 화려한 정원에서 핀 꽃이 아니라 소시민 집 앞에 핀 도라지꽃. 그 꽃은 마치 이도쟈완(개밥그릇)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 꽃을 통해 무엇을 노래하려 했을까? 작가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개인적인 이야기인데 . 최근. 저는 경제적으로 참 곤란했답니다. 이 어려움을 어찌 극복할까 연일 고민하던 차. 그만 길을 걷다가 이 도라지꽃을 발견했지요. 그 꽃을 보는 순간. 뭐랄까? 도라지는 마치 법고(法鼓)처럼 둥둥둥 내 가슴을 치는 겁니다. 나는 그 순간 일심을 깨우쳤답니다!” 정현종 시인 버전으로 풀이하면. “보아라 깊은 밤에 홀로 핀 도라지/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아무 발자국도 없다/ 아.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 저 혼자 아름답다” 거창 문화센터 전시장에 가면 권현숙 최신작을 1월30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권현숙은 함양토박이로서 신라대학교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2009 DAF 4! 단야 국제아트페어. 2009 QIAF 칭따오 국제 아트페스티발 등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현재 한국미협. 경남수채화협회. 경남구상작가협회 회원.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