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주간함양 <지리산 투데이>에 함양 막걸리 찾아 3만리가 보도되었다. 기자는 이 기사 한 구석에. “마천 솔잎 막걸리 시음하기 위해 전국 주당들이 까만집에 몰려들었다”라고 적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내로라하는 주당들로부터 “그 까만집 어디 있으며 술맛 진짜 좋나? 안주는 뭐꼬? 여주인은 채시라 급(級)이냐?” 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까만집은 마천서 인월 넘어가는 길목에 있다. 주변 경관이 기가 막히다. 남원시 운봉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물이 이곳을 스쳐 용유담. 엄천강에 이른다. 특히. 까만집에서 바라보는 한신계곡은 절경.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산을 관조해보라. 마음까지 더없이 맑아진다.왜 옥호가 까만집이냐? 검정색은 이른바 도가(道家)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혹시 이 집 주인장 노장(老莊)사상에 물든? 그러나 아니었다. 단지 외양만 블랙칠갑이라서 까만집이라고 부른다. 이 집을 둘러보고. 주당 에미나이들 세 번 놀란다(三驚)!첫째. 계곡에서 잡아들인 다슬기로 끓인 수제비 맛에. 둘째. 술인지 보약인지 모를 오미자 약술 맛에 마지막으로. 매력만점 여주인장 코멘트가 더없이 우렁찬 까닭에!빨강 모자를 항상 착용한 여주인장. 나그네가 묵은지 추가주문하면 힘차게 오케이를 연발한다. 그 우렁찬 음성때문에 지리산이 뿌리채 뽑혀질 지경.이번 주간함양 지리산 여행기 한 여백에 까만집을 조그맣게 소개하고자 한다. 게재 사유가 뭐냐? 함양 숨어사는 걸출작가 김형구를 천거해 준 문길 시인. 그에게 고마움도 표할 겸. 문길 시인 선화.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할 겸해서다. 까만집에 들어서면 문길 시인이 그린 선화 몇 점. 제일먼저 시야에 잡힌다. 선화란 선의 경지에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선이란 무엇인가. 부처님의 마음이다. 달리 사유수(思惟修)라 부른다. 사유수란 마음을 한곳에 모아 사유하는 수행을 뜻한다.요즘. 까만집 문길 시인 선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을 둘러보고 상경하기전 이 집에 들렀다는 서울 쌍문동 김영희씨는 “주간함양 보고 이 집을 찾았어요. 시골 허름한 포장마차급 선술집 정취가 물씬 풍기는군요. 특히 벽에 걸린 저 선화. 제 가슴에 밀려와 감동 파문이 이네요”미 8군 시설관리팀장 홍 모씨는 “문길 선생 그림 바라보노라니 나 자신 무위(無爲)랄까. 일체개공 속으로 빠져들고 마는군요”기자는 몇 차례. 문길 시인과 이 집에서 대작을 했다. 술맛도 술맛이거니와 안주가 대단하다. 구름 타고 이산 저산 마실 나가던 산신령이 휙 던져준 산비둘기 꿩. 그 맛을 보게 되었는데. 그놈들에겐 실로 미안타 마는 내 오장육부가 이놈들 때문에 일순. 튼실해 지고나!이 야생요리를 먹으며 나는 문길 시인의 산짐승 관련 야화를 경청한다.“꿩은 열 걸음에 한번 쪼아먹고 백걸음에 물 한 모금 마실지라도 새장 안에 갇히는 걸 원치 않는다. 나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운다. 고양이란 놈은 똥을 싼 후 꼭 흙으로 변을 덮는다. 내 꿈은 단하나. 이놈들을 열혈 신도로 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근사한 대자연교를 창종하고 싶다. 어떤가. 자네. 높은 벼슬에 득의한 세월을 보내는 것보다 이 대자연교에 입교. 자연의 향기로운 내음 맡지 않으려나?”이 말 다음. 기자가 “예. 아니오” 하는 게 순서인데 여주인장이 불쑥 끼여들어 힘찬 목소리로 “오케이!”라 외친다. 까만집 실내를 둘러보니 매실. 당귀 오미자 하수오 액기스 병이 즐비하다. 한눈에 보기에 약성이 무진장할 것 같다. 바깥양반 왕눈이 농원에서 제조한 거라 한다. 바깥 양반은 한때 목기 명장 금호 김을생 선생과 더불어 남원 목기를 좌자우지했던 실력자였다고. 문의=010-7176-3714.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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