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고 싶거든 우선 네 눈 앞에 있는 물을 모아라. 물은 본시 무례함을 행치 않아서 재촉해도 경사가 완만하면 서두르지 않고. 재촉하지 않아도 경사가 급하면 서두르는 법. 닿는 것에 따라 조화를 이루어 언젠가는 이르느니라. 우리는 자연 속에 살거니 자연에다 스스로를 맡기면 그뿐. 누구든 절로 바다에 이를 것인즉. 가서 어찌하겠다는 생각없이 바다에 이르러 무엇을 하리. 물은 바다에 이르러 되돌아오지는 않는 것. 우리도 또한 되돌아오기 힘들 것이니 준비하라.바다에 이르러 꺼내 놓을 네 마음. 모든 성취에는 때가 있도다. 서두른다고 바다가 절로 네게로 오겠느냐. -이외수의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중(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