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문구가 몇해 전 모 카드사 광고에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연초 새해 인사 중 가장 많이 하게 되고. 가장 듣고 싶은 인사말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해 요즘에도 여전히 서로에게 덕담으로 건내지고 있기도 한 말이다.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현재 자신의 경제적인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래서 앞으로. 특히나 새해에는 경제적으로 넉넉해지고 여유로와 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지난해에 우연찮게 평생교육원 수강기회가 있어 몇 달간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열심히 강의를 하시던 교수님께서 수강생들에게 당시 수업내용과는 다소 무관하게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 손 한번 들어 보세요!’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수업에 열중하고 있던 40여명의 학생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씨∼익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신 교수님의 다음 질문이 곧바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부자를 존경하는 사람 손 한번 들어보세요!’ 순간 강의실 안은 마치 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흘렀고. 모두들 서로의 얼굴만 빤히 쳐다볼 뿐 어느 누구하나 감히 손을 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잠시 후. 교수님께서는 "이거 참 아이러니한 일 아닙니까? 어떻게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하시면서. 그토록 되고 싶은 부자를 존경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단 말입니까? 참 웃기지 않나요?" 정말 그랬다.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치 뭔가에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만큼 그 날의 일은 내 머릿속에 하나의 사건으로 각인되어 오래도록 부자의 의미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었다.부자의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 있으며. 그 부자가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 또한 어디에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우리 사회에서 부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1%. 10%. 아니. 얼마정도의 재산을 소유해야만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1억. 10억. 100억... 언젠가 TV에서 정확한 수치까지 들어가면서 부자에 대한 기준을 보도한 적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수십억. 수백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되기를 원하는 그런 물질적인 부자일지는 모른다.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흔히 부자라고 불려지는 부류의 사람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짐작컨대 아마도 부자의 기준을 물질적인 풍요에만 두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름대로의 목표치를 정하고 그만큼의 부를 쌓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분명 수십 수백 배는 더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애써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소중한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끊임없이 더 큰 부자를 꿈꾸며 베푸는 일에. 주위를 돌아보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을까를 조심스레 짐작해 보게 된다.그래서 보통의 일반 사람들은 부자에 대한 괜한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고. 분명 정도를 걸으면서 부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불필요한 선입견을 가지게 되어 자신도 간절히 부자가 되기를 원하지만 결코 그런 부자를 존경의 대상에 포함시키지는 않는 모순에 빠지는 건 아닐까. 요즘 다들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서 더욱더 간절히 부자가 되기를 원하기도 한다. 무작정 부자가 되어보겠다는 다짐보다는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내복 한 벌 정겹게 건넬 줄 아는 마음 넉넉한 부자가. 주변의 아픔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가슴 따뜻한. 그래서 존경받을 수 있는 부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보면서 경인년 한해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를 생각해 보게되는 새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