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개국 신화이면서 한국사의 시작이기도 한 `단군신화`에는 두 가지 동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곰과 호랑이고. 비록 이 신화에서 곰보다 비중이 낮긴 했지만 호랑이만큼 우리 민족과 가까웠던 동물도 없었고 한국 속담이나 전래동화에 빠지지 않고 민화 등에도 단골 메뉴로 등장합니다. 호랑이는 사람을 해치는 맹수이지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인 호랑이를 우리 조상들은 든든한 수호신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산신도(山神圖)인데. 마을 뒷산 산신각에 자리했던 이 그림 속에서 호랑이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산신의 사자로 그려졌으며. 또한 용. 주작. 현무와 함께 사신(四神)으로서 서쪽 지킴이 역할을 했습니다. 십이지신에서도 호랑이는 빠지지 않으며. 종묘제례악에서 마지막을 알리는 호랑이 모양의 타악기 `어`. 조선왕릉을 지키는 석물인 석호(石虎)에서도 신성한 호랑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호랑이는 주변의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으며. 물. 불. 바람에 의한 재해를 막아준다는 부적 `삼재부(三災符)`엔 머리가 셋 달린 매와 함께 호랑이가 등장합니다. 신부의 가마 위에 덮던 호랑이 가죽은 재해를 방지한다는 의미의 상징이었고. 호랑이 발톱 모양으로 장식한 노리개는 여성의 호신을 상징했습니다. 돌이나 명절에 아이들이 쓰는 두건인 굴레 뒷면에도 호랑이 문양을 수놓아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기를 우리 조상들은 기원했습니다. 용맹함의 상징인 호랑이는 무인들과도 가까웠으며 무관 관복의 흉배를 장식했던 쌍호. 군대 시설물의 장식 병풍인 호렵도(虎獵圖) 등은 무관들의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호랑이는 고양이과에 속하며 학명은 Panthera tigris 입니다. 아시아 특산인 맹수로 대형 고양이류에 속합니다. 크기는 아종에 따라 다른데. 발리호랑이는 대개 100 킬로그램 미만이며. 벵갈호랑이는 수컷의 경우 250 킬로그램에 이르기도 합니다. 대개 황갈색 몸에 검은색 줄무늬가 나 있으며. 배는 흰색입니다. 드물게 흰색을 띤 흰호랑이가 있는데. 이는 백색증과 무관한 열성유전자가 발현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뼈를 비롯한 신체의 거의 전 부위가 한의학의 약재로 쓰이고 있으며. 모피와 생식기를 얻으려는 인간에 의해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민화 속에도 등장할 정도로 많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일제의 남획으로 멸종되다시피 했습니다.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를 십이지(十二支)라고 합니다. 쥐(子)는 풍요와 희망. 기획의 상징이며 예지력의 상징입니다. 소(丑)는 농가의 밑천이자 최고의 자산이며 참고 복종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며 찬 기운이 스스로 굴복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호랑이(寅)는 용맹의 상징이며 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 영물이며. 토끼(卯)는 재빠르게 움직이는 재치의 상징이고. 용(辰)은 절대권력. 왕권의 상징이고 최고의 권력을 상징합니다. 뱀(巳)은 예로부터 한번에 많은 새끼를 친다하여 풍요와 가복의 상징이며. 말(午)은 박력과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의 상징이고. 양(未)은 온화하고 온순하며 순박의 상징입니다. 원숭이(申)는 지혜와 만능재주꾼의 상징이고. 닭(酉)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겨지며. 개(戌)는 충성과 의리의 상징이며. 돼지(亥)는 예로부터 길조의 동물이며 부를 가져다주는 재산이나 복의 근원으로 여겨왔습니다.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를 십간(十干)이라고 하며. 이 중 십간의 음양오행을 살펴봅시다. 갑. 을--목(木). 청(靑)색/ 병. 정--화(火). 적(赤)색/ 무. 기--토(土). 황(黃)색/ 경. 신--금(金). 백(白)색/ 임. 계--수(水). 흑(黑)색을 의미합니다. 모든 띠(십이지)는 12년을 주기로 반복하지만 태어난 해의 십간십이지는 60년을 주기로 반복합니다. 내년 2010년은 경인(庚寅)년으로 호랑이 해입니다. 호랑이의 색깔을 굳이 찾자면 십간의 경(庚)의 오행이 백색이니까 백색호랑이(백호)가 되겠습니다. 다음번 호랑이의 해는 12년 후인 2022년 임인년이며. 60년 후인 2070년에는 다시 경인년이 되겠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모든 나라에서 각 동물은 저마다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물고기가 재물을 상징하기 때문에 신년 연하장이나 장식용 벽걸이에 많이 등장하고. 일본에서는 고양이가 복을 부르는 역할을 한다고 하여 각 가정마다 손을 들어 복을 부르는 고양이 장식품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에 있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호랑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 한반도는 일찍부터 호랑이가 많이 서식한다 하여 ‘호랑이의 나라’로 일컬어졌으며 잘 발달되고 균형 잡힌 신체 구조. 느리게 움직이다가도 목표물을 향할 때의 빠른 몸놀림. 빼어난 지혜와 늠름한 기품의 호랑이는 산군자(山君子). 산령(山靈). 산신령(山神靈). 산중영웅(山中英雄)으로 불리는 백수의 왕이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늠름하고기품있는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한해를 잘 꾸려나가시길 기원드립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가정의학과 차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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