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점옥이름 모를 꽃과 잡초들이 말라 조용히 바람에 울고 있는 오두막집 마당을 들어섰다. 마른 풀꽃이 환하게 나를 맞이하는 것 같아 손으로 살며시 어루만져 주었다."할머니! 할머니 계세요?" 삐거덕 하면서 열려야 할 문이 열리지를 않는다. 주무시나 하고 다시 한번 크게 할머니를 불러 보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목소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기다리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10월에 왔을 때도 안 계셔서 아들집엘 가셨나 하고 돌아왔었는데. 순간 이상한 예감이 들어 수소문했다. 아니나다를까. 저번 달에 저 세상으로 떠나셨단다. 너무 암담했다.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조그마한 손길에도 고마움을 표하셨던 인심 좋고 후덕한 할머니셨는데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의 인연에 작별인사도 없이 저 세상으로 소풍을 떠나셨다니... 한 계절 화사하게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이 사라지는 꽃잎처럼 한 때의 초록이 온 세상을 물들이듯 모든 게 한 때의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고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는데 외롭고 쓸쓸하게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서 찾아올 누군가만을 기다리며 골목길만 바라보고 계시더니. 언제나 혼자이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쓸쓸하게 살다가신 외로운 할머니.말벗이 되어주길 간절히 원하셨던 할머니셨는데. 할머니 이 세상 인연 훌훌 털어 버리시고 편히 잠드세요. 부디 다음 세상에는 건강한 몸으로 환생하시어 못 다한 여행 즐기시고 봉사 받기보다 봉사하는 이로 살아가소서.영혼이 깃든 마당에 말라버린 풀꽃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마른 풀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울음을 운다. 인명은 제천인 것을. 마음 비우고 순리대로 조그마한 힘이나마 봉사하면서 저 세상 부르는 그 날까지 미소지으면서 살아야지.할머니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어본다.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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