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자 객원기자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을 웅크리고 손을 가려가며 거리를 걷다가 문득 보게 된 은색상자. 겨울엔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은색상자 안 주인장을 위해서라면 작은 난로라도 옆에 끼고 찬바람을 조금 물리칠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올 여름 더운 한낮 그 상자 안을 지키던 할아버지는 더위가 모두 집어삼킬 듯 아슬아슬 해 보였다.동문네거리 군지부 옆을 지키는 은색네모 상자 안에는 신발박사 할아버지가 계신다. 떨어진 슬리퍼는 500원에 꼬매주시고 지금 내 발을 감싸고 있는 부츠의 낡은 굽은 2천원에 해결했다. 진흙 묻은 남편의 구두는 2천원이면 반짝였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아들의 신발밑창은 6천원만 들여 한 해 더 신을 수 있게 됐다. 어느 날부턴가 굳게 닫힌 은색 네모상자는 '하실 분'이란 명찰을 달고 구멍하나 없이 막혀 있다. 추위와 함께 주위를 돌아보지 않으면 더 외로워질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소식이 궁금하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남보다도 나의 아픔. 나의 배고픔. 나의 추위. 나의 외로움만 생각하면 살아 온 나에게 구둣방 할아버지가 뒤통수를 치신다. 이미 하늘나라에서 구둣방을 개업하셨을 할아버지의 명복을 빈다. '이제 내 구두 수선은 누구에게 맡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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