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률 함양제일교회 목사이웃의 애기 엄마들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우리교회 교육관에 들러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시작되더니 여름이 지나면서 귀농하신 분들이 중심이 되어서 바느질 모임이 시작되었다.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교회를 드나들며 좋은 만남을 나누는 분들이 올해 들어 많아졌다.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니 난방이 걱정되는 것이다. 교육관은 기름 보일러로 바닥을 데워서 난방을 하니 두 시간은 연속으로 돌려야 바닥에 온기가 느껴진다. 경유값이 요즘 만만찮아서 펑펑 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덜덜 떨면서 모임을 가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궁리를 하다가 장작난로를 놓기로 했다. 산에 간벌한 나무가 지천이니 땔감 걱정 없고. 난로에 둘러앉아 고구마 군밤 구워 먹으며 모임을 가지면 분위기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교인들과 바느질 모임 하는 분들이 지리산 문화제 때 아나바다 장터를 열었는데 수익금이 딱 난로 살만큼 되었다. 난로를 놓은 후에 어디로 땔감을 하러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막상 나무를 하러 가려니 막막하다. 생각해보니 나무를 차까지 실어오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산청 오부에 귀농하신 분이 땔감을 한 차 해주시고 교회 가까이에 살고 계신 분이 통나무를 한 차 싣고 와서 교회마당에 부려놓고 가셨다. 두 분 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인데 참 감사하다. 교회 권사님께 기계톱을 빌려서 통나무를 잘랐다. 힘을 주면서 지그시 누르기만 하면 톱이 알아서 나무를 잘라준다. 그러면 나무들이 하얀 단면을 드러내며 장작이 되는 것이다. 이웃분이 주신 통나무가 올해 간벌한 소나무여서 그런지 단면에서 솔향이 진하게 난다. 한 토막 자르고 향을 맡고. 또 한 토막 자르고 향을 맡으며 작업을 했다. 향을 맡는데 문득 나이테가 눈에 들어온다. 나이테를 세어보고 깜짝 놀랐다. 별로 굵지 않은 나무인데도 수령이 25년이나 되는 것이 아닌가. 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쬐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엄청난 진상을 받고 있는 것이다. 25년을 살아온 소나무가 제 몸을 불살라 내 몸을 따듯하게 데워주고 있다. 어디 나무뿐이랴. 생각해보면 세상만물이 별 것 아닌 이 사람을 위해 제 몸을 바쳐 섬기고 있기에 내가 살아 있는 것이다. 여러 귀한 손길들 덕분에. 제 몸을 불살라 바치는 만물의 섬김 덕분에 이 겨울을 춥지 않게 나고 있다. 내가 잘 나서 사는 것이 아니다. 황송하게 받고 그 값을 하며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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