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올 연초부터 준비해온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방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돌연 취소한 것을 계기로 다시금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리베이트는 의약품 구입대가로 제약회사들이 의사ㆍ병원ㆍ약국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개 제약사들의 리베이트성 자금 규모는 5.228억 원에 달했고 그로 인한 소비자 피해. 즉 국민건강보험료 증가액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청와대와 복지부는 리베이트 만연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연초부터 준비하여 근절방안을 마련해놓고도 지난 10월 이후 발표를 못하고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왔다. 복지부가 이 개선안을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리베이트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는 제약업계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모 단체의 줄기찬 반대로 논리적 당위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지니면서도 50여 년간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된 침구사법 제정 문제를 위시하여 유사의료법 마련.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근절방안. 양 한방 협진체제 구축 등 국민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이 업계의 이해득실과 맞물려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현실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저 착잡할 뿐이다.과연 한국은 정부가 존재하는 나라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 가정에서의 가족들조차 아버지와 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 아들과 딸 등 서로의 입장이 달라지면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법인데 하물며 광범위하고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각 집단 간의 이해득실에 의한 갈등과 다툼을 국가가 조정하고 합리적으로 교통정리를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마냥 천연(遷延)세월하면서 머뭇거리기만 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국가 이익 또는 공적인 국민 모두의 이익을 위해 소신과 철학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풍조보다는 ‘대과(大過) 없이 임기를 마치기를 바라’는 공직자들의 안일무사주의 폐단도 이렇듯 어느 한 가지 현안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게 하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이 보신(保身)주의로 몸을 사리는 동안 총성 없는 전쟁이요. 무한 경쟁이 불가피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과 경쟁력은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국민의 건강을 위한 법인지. 제도권 의료인들의 생계대책의 일환으로 만든 법인지 도무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기이한 조문들로 가득 찬 우리나라의 누더기 의료관계법령을 보는 국민들의 정서를 외면하는 것까지는 우리끼리의 문제라 하겠지만 이러한 모순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웃음거리를 면할 방법이 있겠는가?나라를 탓하고 남을 탓하기에 앞서 이러한 법과 제도를 만든 국회의원들을 선출한 나 자신이 우선 부끄러울 일이지만 누구를 원망해서 될 일이 아니라 이렇듯 불합리한 법과 제도. 관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연법칙과 생명원리에 부합하는 삶의 방식을 통해 생명을 경영함으로써 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윤세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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