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시인 문복주 부부는 경남 함양군 병곡면 원산리 95에 산다. E-mail) moonbokju@naver.com 시인이 쓴 시집으로는「꿈꾸는 섬」「우주로의 초대」「제주수선화」「식물도 자살한다」등이 있다. 산문집 「꽃같은 세월. 꽃같은 사람」을 내년 또는 내후년 출간할 계획이다.- 함양은 예술 창작의 보고. 문 시인. 함양 테마로 이런 걸작 썼다 병곡 경찰. 마천의 위용. 사라진 농월정 등이 주요모델- 김남조 시인이 극찬한 병곡면 원산리 “이 곳에 문학관 세우고 싶어요”- 문복주 시인 왜 뿔났나? “혈연. 지연. 학연. 텃세가 심한 것 같아요”드라마 작가 유호 선생 흥국농산 다슬기엑기스 잡숩고 원기회복# 2000년 겨울. 나는 <지리산 자락 사람들> 취재차 함양을 찾았다. 마지막 코스로 삼봉산 중턱 흥국농산을 방문했다. 흥국농산 주인은 정중히 “이제 막 회사를 차려 제대로 된 상품이 없심더. 다음 기회에 부탁 드리겠심더”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먼길 오느라 노고가 많심더. 제가 정성드려 만든 다슬기임니더. 한번 드셔 보이소”라며 나에게 엑기스 한 통을 주는 것이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그 물건을 들고 상경했는데 그때. 소설가 Q로부터 호출이 왔다. “지금 서울 신촌 독일 흑맥주집으로 빨리 오너라. 유호 선생님도 계신다"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기억하시리라. 유호 선생은 최희준 <하숙생> 현인의 <신라의 달밤>. 현인의 <서울 야곡> 등 주옥같은 노랫말을 지은 방송계 거목이다. 서울 신촌 흑맥주집에 당도하자 Q가 내 배낭 속 흥국농산 다슬기엑기스를 훔쳐본다.“임마. 새파란 젊은 놈이 무슨 다슬기냐. 이건 압수다. 유호 선생님처럼 연세 드신 분이 잡숴야 하능겨!”그래서 다슬기를 뺏겼다. 며칠후 유호 선생께서 전화가 왔다. “구군. 자네가 준 다슬기엑기스 꾸준히 먹었더니 힘이 부쩍 쏟고 아침이 개운하네. 아마 지리산 정기 품은 다슬기 먹어서 그런가보다? 고마우이. 자네가 준 다슬기 엑기스 마시는 순간. 나는 잠시나마 지리산 계곡 주변을 배회하는 착각에 빠져들곤 했다네. 내가 인생 살면서 딱하나 후회스런 일이 있다면. 허허 이렇게 꼬부랑 할배가 되어서도 숨막히는 서울서 살고 있다는 것. 나이 들어 산중에서 무연하고 아득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꼬.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나이 50이 되면 숲으로 들어가 명상수련하며 남은 생을 영위하더구먼. 나는 그러한 삶과 풍습이 어찌나 부러운지 몰라.”“내가 일생을 두고 그리던 삶과 꿈함양서 이루고 싶었네“ # 유호 선생이 그토록 바랬던 도시에서의 산골 이주. 그것을 실현한 사람이 있다. 함양 사는 문복주 시인. 우선. 문 시인과 나의 인연을 소개하겠다. 2003년 봄. 나는 다니던 회사로부터 명예퇴직 권유를 받았다. 마음이 심란했다. 그래서 주말마다 마천 벽송사 뒤 계곡으로 가. 계곡물 바라보며 아픈(?) 마음을 달래곤 했다. 이럴 즈음. 내 친구 이상철 홍명도 부부(건축가. 토담집을 짓는 사람들 대표)한테서 전화가 왔다. “함양에 자주 내려간다며? 함양에 문복주라는 시인이 산다. 내가 연락을 취해 놓을테니 한번 만나 봐라. 좋은 말벗이 될 거다” “문복주 시인. 너희들캉 무슨 관계인데?"“응. 어느 날 그분한테서 전화가 왔었지. 자신은 제주서 교편 생활 하는데. 이번 참에 학교생활 접고 지리산 속으로 들어가 살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두 분(이상철 홍명도)에게 건축을 의뢰코자 하는데 가능하겠는지요? 그래서 우리 부부가 그 분 집을 지어 주었다 아이가. 지금도 자주 만나 대포잔 기울이며 세상사는 일 이야기하곤 하지”토담집 짓는 친구 소개로. 나는 문복주 시인을 알게 되었다. 시인은 우뚝 솟은 해발 1251.6m 계관산. 그 깎아지른 산세를 병풍으로 두르고. 일망무제로 전망이 탁 트인 산중 오지(함양군 병곡면 원산리 95번지)에 살고 있었다. 고즈넉한 풍경이 일품이다. 그때. 나는 문복주 시인에게 “무엇 때문에 도시생활 접고 깊은 산골로 들어왔느냐?”고 물었다.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나 나나 도시생활 할만큼 했잖아. 도시 콘크리트 숲에서 벗어나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유유자적 살고 싶더군. 아내를 여러번 설득. 이곳으로 오게 되었네.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 스스로 땀을 흘리고 집을 짓고 먹을 것을 일구고 남은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산책을 하고 명상을 하며 가장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내가 일생을 두고 그리던 삶과 꿈이었다네. 지금. 나는 그 자유로움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다네”나는 내심. 문복주 시인이 부러웠다. 나 역시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문 시인처럼 함양 산골에 땅을 구해 몸을 누이고 쉴 집을 마련. 아내캉 알콩달콩 살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았다. 그러나 아내는 일언지하에 “노 프로블렘(됐네요!)”# 문복주 시인이 함양에 둥지 튼지도 어언 6년이 흘렀다. 문 시인은 토담집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키우고 아내 이영숙 여사는 읍내에서 <영숙이 글쓰기 교실>을 열어 함양 어린이 논술 능력을 배가시켜주고 있다고 한다. 나는 서울서 사는터라 문 시인과 5년째 못 만났었다. 그러다가 지난 여름 지리산 문학제 때 해후했다. 나는 궁금했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산 속으로 들어온 문복주 시인. 그는 과연 자신이 바랬던 전원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까? 혹시. 함양 원주민들과의 불화는 없었을까? 아무리 자연주의자로 산다고 선언했지만 각종 문화시설이 열악한 시골생활에. 불만은 없을까? 그것이 알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하자 문 시인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이 무심한 양반. 함양에 들락날락하면서 우리 집 한번 안 찾아오고! 얼룽(어서) 막걸리 몇병 사서 냅따. 원산리로 뛰어”오란다.# 시인이 살고 있는 토담집. 참으로 평온해 보였다. 집 한 켠에 달려 있는 풍경이 댕그랑하고 운다. 집 정면에 수천그루 소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토담집 아래에 텃밭이 있다. 시인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저 밭뙤기에 13가지 작물을 키우고 있다네. 허허. 상추. 고추. 깻잎. 가지. 오이. 무. 배추. 시금치. 열무. 콩. 땅콩. 마늘. 양파. 저놈들 키우는 재미가 솔솔찮어. 뭐? 그냥 무기농농업으로 키우지. 비료도 안주고 죽는 놈은 죽고 사는 놈은 살고 한마디로 태평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지. 그참 신기하더구먼. 내가 키워 그걸 거두어 먹는 재미. 거창하게 표현해볼까? 작물을 키우다보면 자가 생산성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네”라고 말한다.그리스 신화는 전 세계 문화와 미래를 풀어가는 열쇠- 문복주 시인 만나러 오기 전에. 네이버 인터넷으로 들어가 문 시인 근작을 훑어봤는데. 우와? 함양을 테마로 많은 시를 창작했더군요. 병곡 파출소 경찰 아저씨를 모델로 한 시 <아따. 병곡 투캅스>를 읽고 포복절도(抱腹絶倒)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동네 일 다 참견하는 병곡 투캅스 순경 아저씨를 묘사한 시인데. 순박하고 정겨운 시골 풍경을 유감없이 그려내고 있더군요. 이 시 말고도 함양을 테마로 쓴 시 많더군요?“소설가 이문구가 농촌에 거주하며서 농촌 소설 <우리 동네 무슨 씨> 연작을 썼듯이 나 역시 함양 산골 살면서 함양 사람 모습을 글로써 표현해 본 셈이지. 이 시 외에. 마천의 위용이랄까. 사라진 농월정 풍경들을 관찰하고 쓴 시가 몇편 있다네. 함양은 예술창작의 보고야. 도처에 뮤즈(Muse=예술의 여신)가 나를 향해 손짓하며 좋은 글을 쓰시라 독려하지. 이런 좋은 곳에서 역동적으로 지속적으로 시를 쓰고 싶어” 문복주 시인이 쓴 시 <사라진 농월정>은 지리산 문학 제46집에 발표됐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임진왜란에도 잘 견디던 농월정이 알지 못할 불에 몸을 던지고 유적의 싶은 폐허로 돌아가 버렸다>고 탄식하고 있다.- 문시인께서 함양 와서 쓴 걸작시 가운데 하나만 소개한다면?“걸작은 무슨. 에끼 이 사람아. 나는 그동안 말일세. 함양 원산리에서 꽃나무를 많이 심었지. 푸른 하늘 아래에서 따뜻한 햇볕 맞으며 내가 심은 꽃나무들을 관찰하고 이놈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지. 이러다 느낀 감정을 시로 표현했는데. 내용은 대충 이렇다네”동백꽃 진 자리구질구질 추하게 늙지 않기를자연에의 회귀가 아름다움이라면스러지는 것 모두 꽃이 되겠지돌아오지 않는 죽음이 아름답기를푸른 잎 사철 화려하진 않았지만한 생으로 피어 낸 붉은 꽃 보고서야꽃이 왜 피었는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사는 것 소중했다면앉은자리 그대로 발 밑에 놓아통채로 지는 순절기쁨으로 가는 자연 그대로의 회귀였으면 좋겠어-시 관련 질문은 그만하고 화제를 바꿉니다. 함양 지역 문화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버전입니다. 함양에서 지식 혹은 문화 활동하는데 불편한 것은 없습니까? “어느 분야부터 이야기해야 하나? 나는 구형께서도 알다시피 24년간 고교 교사로 근무했잖아”문복주 시인은 남평 문씨 문익점 45대 손(부친 왈). 공주사범대학교를 졸업했다.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교육학 석사. 24년간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교감으로 명예퇴임. 제주문인협회 사무국장. 시분과 위원장. 한라산문학회장. 제주상징노래 공모 대상(진시몬 노래. 씨디 제작 보급). 동아일보 이봉주 기념시 공모 금상. 제주문예진흥기금심사위원. 제주문학전집 편찬위원 역임했다. 현재 지리산문학회장을 맡고 있다. “함양에 이사온 후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방과후 학교 강사였지. 나는 자라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그리스로마신화를 가르쳐 그놈들에게 강한 지성적(intellectual) 자극을 주고 싶었다네”계속되는 문복주 시인의 말이다. “초교 방과후 특기적성 교육 시간에 3. 4 .5 .6학년 1주 2시간 정도로 그리스로마신화를 처음부터 옛날 이야기 식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주고 컴퓨터 프로젝션으로 관련자료들을 보여주고 자료를 배부해 주고자 했지. 그리스 신화는 전 세계의 문화와 미래를 풀어가는 열쇠이므로 꼭 알아야 할 필수 절대사항이지”다음은 문복주 시인이 작성한 그리스 신화 교안(敎案).강의 제목: 그리스-로마 신화를 알자!수업 지도안 1(지도교사:문복주)1. 단원명: 그리스-로마 신화란 무엇인가 2. 소단원: 1. 오르페우스의 슬픈 사랑 이야기2. 신화란 무엇인가3. 신화의 의미 3.수업시간: 첫째시간 45분. 4.수업 진행가.들어가기◎ 전체 인사 T: 수업하기 전에 조크 하나 해도 될까요?〈조크〉: 5대양 6대주 (꼬마 손주와 할아버지) : ♥ 사진: 그리스-로마 세계지도를 띄어 놓는다 T: 그리스 신화 책을 읽어 본 사람 손들어 보세요T: 어떤 이야기가 제일 기억나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누구일까요? 나. 우리 엄마아프로디테(비너스). 헬레네 비너스. 헤라. 나이키(승리의 여신 니케). ♥ 사진 : 아프로디테 (비너스)를 띄운다. 아킬레스건 타이타닉호(디카프리오)-티탄(거대한 힘)-타이탄 카오스-가스. 지구를 어깨에 메고 있는 거신족 아틀라스 산맥아킬레우스 - 아킬레스건.(핵심) 벌컨 자주포(이하 생략)▲ 아내와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아내 이영숙 여사는 함양 읍내에서 <영숙이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한국판 J K 롤링(헤리포터 작가) 탄생할 수 있을낀데?- 대단한 교안입니다. 그래. 이 교안대로 함양 초등학생들을 지도하겠다 이 말씀인데. 지금 표정이 시무룩한 걸 보니. 퇴짜 맞았나 봅니다?“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지만 함양에 방과후 교실 강사 티오(자리)가 없다는군. 내가 잘못 들었나. 있어도 원주민 우선이래?”문복주 시인. 뭐라고 말하려하다 그만 입을 다문다. - 내친 김에 하나 더 물어봅시다. 함양에서 살면서 불편했던 점은?“다른 곳도 그렇지만 혈연 지연 학연 텃세가 심한 것 같아요. 또 공무원이나 단체 직원들의 고압적 자세도 불만이야. 언젠가 김남조(金南祚:전 숙명여대교수)시인께서 원산리 우리 토담집에 찾아와 며칠 묵었다네. 주변 경관이 너무 좋아 이곳에 자신의 문학관을 세웠으면 좋겠다 하더군. 그런 말을 듣고도 김남조 시인 제안. 아무한테도 말을 못 했어. 글쎄 말이야. 창구가 없더라구"김남조 시인은 한국 문학계 거목이다. 초기에는 인간성과 생명력을 표현하는 시풍을. 이후에는 신앙을 바탕으로 한 카톨릭적 사랑의 세계와 윤리 의식을 표현하였다.시집 <사랑의 초서> <너를 위하여> <저무는 날에> 주요 수상 내역으로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88년) 국민훈장 모란장(1993년) 은관문화훈장(1998년) 만해대상(2007년)을 받았다. 문복주 시인의 격정은 계속된다. “이런 분들이 함양에 많이 오셔야 문학혼이 피어날텐데. 그런데 뜻대로 안돼. 내가 <김남조> 하면 누군가가 <모셔옵시다> 화답을 해야 하는데. <그래서 어쨌다고?> 이런 답이 나오니. 허허 참. 맥이 확 빠져버리는거야. 글쎄. 내가 살고 있는 함양을 폄하하는 건 전혀 아니야.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해서 하는 말이야. 번번이 개최되는 각종 축제들을 보면 기가 막혀. 최고 하이라이트가 각설이 타령이야. 그리고 특별한 먹거리 볼거리가 없어. 이래선 함양. 레저족이나 은퇴족들로부터 환영을 못 받아. 함양에도 격조 높은 축제. 품격 있는 포럼 등이 출현해야 하지 않을까?”- 개선책은 뭘까요?문복주 시인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글쎄. 개선책이 뭘까? 개선책이? 몰라. 뭔지”어허. 큰일나 부렸네. 어느 누구보다 함양을 사랑. 걸출한 함양 테마시 많이 생산하고. 함양 어린이들에게 지적 엔돌핀 불어넣어 주려했던. 시인께서 왜 이리 의기소침하실까?이러면 안 되는데! 문복주 시인이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그리스로마신화 강좌> 개설해 줄 분. 지금 어디 계신가요?이 강의 제대로 들으면 늦어도 10년 후. 교육받은 함양 어린이 가운데. 그 뭐시기냐. “훔치 훔치 태을천 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사파하" 분명코 한국판 J K 롤링(헤리포터 판타지 소설 작가) 탄생할끼라. 나는 굳게 믿고 있사옵니다!구본갑|본지 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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