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재화 산들교회 목사밤하늘에 달빛이 가득합니다. 컴컴한 한 밤중이지만 마당이 달빛으로 환합니다. 이렇게 있자니 전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빛과 어둠에 대한 말씀이었는데 그 통찰이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여기에 옮겨 같이 나눠보고자 합니다.“어둠이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일까요? 한번 상상해 보세요. 밝은 대낮입니다. 밀폐된 방에 구멍을 내어 보세요. 빛 한줄기가 그 구멍을 관통해 그 방안으로 들어가겠지요. 빛이 아무런 장애도 없이 관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둠이란 것이 본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구멍크기의 어둠이 그 구멍을 통해 밝은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즉 어둠의 존재가 아니라 빛의 부재입니다. 우리는 빛의 존재 아니면 빛의 부재를 경험할 뿐입니다. 우리 마음에서 빛이 사라진다면 그 자리에 어둠이 들어차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있는 것은 오직 빛이요 어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빛은 어둠을 상대로 싸우지 않지요. 왜냐하면 어둠은 없는 존재이니까요. 빛은 빛의 길을 갈 뿐입니다. 예수님은 그 당시 기득권 세력들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폭력에 맞대응하지 않고 그저 당신에게 주어진 길을 갔습니다. 예수님에겐 어둠. 즉 빛의 부재가 있을 수 없었습니다. 빛의 길을 가려고 그 고통 감수하셨고 그것을 해내셨습니다"선생님의 말씀은 제겐 아직 어렵습니다. 알 듯 하면서도 막히고. 직관으로 봐야하는데 이성의 사고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불의한 폭력을 쓰는 사람들에게 그저 당하라는 말인가?’ 등등. 간디의 비폭력도 떠오릅니다.하지만 이 환한 달빛 아래서 너무 많이 받아들이려 애쓰지 않으렵니다. 저 달빛이 한밤중 마당을 밝히듯 이 내 맘 하나라도 제대로 밝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하려면 좀 더 예민하고 깊어져야 하겠지요. 빛의 부재가 아닌 빛의 충만함. 그건 바로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