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봉평교회 목사우리 교회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해 1년에 두 차례 ‘달란트 잔치’라는 행사를 한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은 달란트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 달란트란 금이나 은의 무게 단위로서 성경에 나오는 화폐의 단위를 말한다. 어린이들이 교회에 올 때 출석과 요절을 외운 것들에 대해 스티커를 붙여주었다가 모두 합산해서 그에 해당하는 달란트를 나누어준다. 어린이들은 그 달란트를 가지고 달란트 잔치에 참여해서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살 수 있다. 요즘 어린이들은 학용품이 귀한 줄 모른다. 연필이나 공책이 넘쳐난다. 그러나 우리 마을과 인근 마을에는 문구점이 없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문구류를 쉽게 살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이날 달란트 잔치를 할 때 마치 문구점에 온 것처럼 이것저것 학용품과 장난감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떡볶이. 샌드위치. 주스. 어묵 등 먹거리도 있어서 아이들은 몹시 기대하며 이날을 기다린다. 나는 선생님과 함께 이 날을 위해 기독교 백화점과 문방구와 천냥마트를 드나들며 물건을 고른다. ‘1학년 상우는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 ‘4학년 정아는 무슨 학용품을 좋아할까?’ 어린이 마음이 되어야 하는데 자꾸 엄마 맘이 되어 버린다. 장난감을 들었다 놨다하며 요리보고 조리보고 고민을 하며 가게 안을 뱅뱅 돈다. 내가 어릴 때는 가져보지 못했던 물건들이 많아서 이걸 어디에 쓰는 건지. 아이들이 좋아하는지 주인에게 물어 보기도 한다. 게다가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사고 싶은 물건은 너무나 많고. 탐나는 물건은 가격이 비싸다. 11월 8일 마침내 달란트 잔치를 하는 날이다. 가끔 결석하던 어린이들까지 모두 나왔다. 어린이들의 설렘과 흥분이 그대로 전해진다. 예배를 드리는데 어린이들의 신경이 온통 달란트 잔치에 가 있다. 예배를 마치고 어린이들이 미리 잔치를 준비해 둔 교육관으로 몰려 갈 때 사실 나는 어린이들보다 더 설렌다. 어린이들은 각자 자기의 달란트로 자기가 사고 싶은 물건을 골라서 산다. 교육관 안은 북적거리며 열기가 가득하다. 그 작은 얼굴들마다 뿌듯함과 기쁨이 피어오른다.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다른 아이가 먼저 사서 사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다른 친구가 산 장난감이 더 좋아보여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달란트가 부족해도 넘치도록 풍성하게 주는 떡볶이와 먹거리들 때문에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다. 어린이들이 기뻐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왜 이리 행복할까? 나는 아이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우고. 때로 버릇없이 굴고 함부로 말하는 모습을 볼 때 화가 난다. 아이들 말이나 행동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때때로 밉기도 하다. 마음이 아플 때도 많다. 그런데 아이들은 버릇없이 굴어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해놓고도 천진한 얼굴로 “달란트 잔치 정말 재밌어요. 언제 또 할 거예요?”하고 묻고. 치고받고 싸워 놓고도 언제 싸웠나 싶게 금방 다시 논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치고받고 싸우지는 않지만 섭섭한 마음을 쉽게 풀지 못하는 뒤 끝 있는 내 모습을 보게 한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과 조그만 입과 앙증맞은 손은 내 가슴을 녹아내리게 한다. 아이들의 그 작은 얼굴에 행복이 가득할 때 나는 비로소 언제나 보다 더 좋은 것을 주시려는 위에 계신 그분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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