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귀촌에 관한 친절한 입문서 역할을 할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도시를 떠나 함양에 터를 잡고 산 지 이십삼 년에 접어든 주민이다. 화제의 책인 ‘시골살이, 모든 삶이 기적인 것처럼’을 쓴 박중기 씨는 부산에서 대기업의 중견 간부로 재직하며 지내던 어느날 ‘그야말로 훌쩍’ 시골로 내려온다. 그리고 산비탈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밭을 가는 농부로 변신한다. 주변인들이 볼 때는 충격적이었을 그 당시의 결단을 저자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찾아서’라고 담담하게 밝힌다. 그가 책에서 말한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아니 인간적인 품위란 무엇일까. ‘시골살이, 모든 삶이 기적인 것처럼’(소동출판사)에서 저자는 매우 꼼꼼하게 이 두 문제에 대한 답을 한다. 전체 5장으로 이루어진 책의 체제를 따라 읽다보면 저자가 생각하는 인간적인 품위란 단순 소박하다. 자신의 삶(생명)이 소중한 만큼 이웃의 삶도 소중함을 알아야 품위를 갖춘 인간으로서의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웃의 범위는 넓다. 이웃은 담장을 마주한 동네 사람이며 집안에 숨어 들어온 날짐승 길짐승들이다. 마찬가지로 산의 흐름에 따라 고요히 흐르는 계곡물도 이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나와 이웃의 생명을 고스란히 지켜나가는 품위 있는삶을 사눈 것이 어려워진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본주의와 물신주의에 미혹된 인간들에게 담장 이편과 저편의 이웃은 공동체가 아니다. 지치지 않는 무한 욕망을 확대 재생산하며 말 못하는 짐승들의 쉴 곳과 삶터를 빼앗는 인간들에게는 뭇생명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지구별 공동체 의식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메마른 아스팔트의 생활을 버리고 ‘인간적인 품위’를 찾아 시골로 온 저자는 뜻하지 않은 문제에 부딪친다. 세상 어디에서도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하며 사는 일은 힘들다는 것을. 그냥 그렇고 그런 귀향 입문서로 보이던 책의 가치가 새롭게 돋보이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비인간적인 삶터인 농촌을 외면하는 대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현재의 삶터에서 고민하며 실천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자립적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귀농 모임을 통한 목수일 배우기, 최소한의 동력기구 사용으로 밭일하기, 최소 규모의 살림살이, 시골에서의 문화 향유하는 방법 등을 못색한다. 이 부분의 기록들은 예비 귀촌 귀농인들에게는 좋은 지침이 될 내용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귀촌이 사회적 고리 속의 삶을 모른 체하고 개인의 테두리 속으로 숨어 드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새로운 형태의 생활을 통해 불편부당한 환경을 바꾸려고 한다. 두레활동을 통한 공동체 꿈꾸기, 자연 환경 지키기, 느슨한 시골 행정 시스템에 일침 가하기, 뭇생명 사랑하기, 외로운 이웃의 벗하기 등이다. 저자 혼자서 혹은 시골에서 만난 벗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가고 있다. 책의 갈피 갈피에 숨은 이런 모습을 발견하는 독자는 글을 읽는 내내 저자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렇게 ‘시골살이, 모든 삶이 기적인 것처럼’을 채우고 있는 글들을 만나다 보면 책의 의의가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만 유용한 ‘실용적인 지침서‘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삶의 지침서’가 됨을 안다.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것은 한 가지다. 일상의 무료함을 되새김질하지만 말고 주어진 체제와 조건, 주입된 가치와 신념 등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결국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삶으로 근본에서부터 탈바꿈할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 오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저자의 이 물음에 답하려는 이들에게는 ‘시골살이, 모든 삶이 기적인 것처럼’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킬 ‘지침서‘로 다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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