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를 바꿔야 한다. 오래 쓰다 보니 너덜너덜 해져서 헌 거 들어내고 새 거 끼워야 하는데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카센타에 가서 바꾸자니 생각치도 않은 비용이 들 거 같고 직접 하자니 자신이 없다. 실은 몇 달 전부터 시원찮았는데 조수석은 이제 아예 안 닦이고 운전석 것도 너덜너덜 고무가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동안 차에 관한 거라면 항상 카센타에서 해결해 오던 내가 용기를 내어 직접 해보려고 와이프를 하나 사와서 손수 교체작업을 하는데, 예상치 못한 두 가지 문제가 생겼다. 하나는 헌 것을 분리해내는 작업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두 개를 교체해야 하는데 덜렁 한 개만 사왔다는 것. 바보같이 구두를 한 짝만 사온 격이다. 그리고 그 한 짝도 씰데없이 비싼 걸 사온 것 같아 반품하고 그 돈으로 두 짝을 다시 사왔다. 이제 헌것 분리하고 새것 장착만 하면 되는데 쉬울 것 같아 보였지만 막상 덤벼 들어보니 잘 안 된다. 새 것 끼우는 것은 고사하고 헌 것 분리하는 간단해 보이던 일 조차 견고한 성을 해체하는 작업처럼 어렵다. 나같은 기계치는 이런 용기를 내어서는 결코 안 되는 건데 나에게 어쩌다 이런 어리석은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시라도 찔러야지 그냥 넣을 수는 없는 법이다. 마침 사용설명서가 보이길래 차분히 읽어보고 다시 시도해 보는데 그래도 잘 안 된다. 설명서가 너무 어렵게 되어있음에 틀림없다. 이제 와서 이걸 들고 카센타로 가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와이프 교체방법을 검색해 보았더니 앗싸~ 고맙게도 동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니 시연자는 활짝 웃는 얼굴로 마치 헌 구두를 벗고 새 구두를 신는 것처럼 간단하게 교체한다. (아하~ 아하~ 쉽네~ 저렇게 하는구나~ 항개도 안 어렵네~) 나도 이제는 동영상에서 본대로 헌 구두를 벗듯 간단하게 낡은 와이프 분리성공. 이제 새 것만 장착하면 되는데... 제기랄 내가 사온 것은 동영상에서 본 거랑 구조가 좀 다르다. 구조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원리는 같을 거란 생각에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데 아무리 해봐도 안 된다. 기분 좋게 새 구두 신듯 간단하게 할 거 같았는데 일은 진척이 없고 하필 이 상황에서 첫눈이 내린다. 그것도 펑펑. 하지만 와이프 틀을 분리해 내었으니 헌거든 새거든 어떻게든 다시 조립을 해 놓아야 눈 속에서 차를 몰 수 있게 되었다. 결코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데, 첫 눈은 금방 차를 덮을 정도로 쌓인다. 어쨌든 와이프 없이 운전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어 오기가 나서 이렇게 저렇게 시도를 하다가 역시 나는 안 되나 보다 하고 한 숨을 쉬는데, 마침 집 앞으로 동네 청년 회장이 지나간다. 올커니 하고 불러 한번 해보라 하니 “형님 이것도 못합니꺼” 하고 달겨든다. 금방 할 거 같았던 자신만만 청년회장도 진척이 없고 체면이 구깃구깃해지자 재빨리 손재주 좋은 용길씨에게 전화를 건다. “내 여기 진국이 형님 집인데 와서 와이프 좀 바꿔줘 봐바~ 내는 지금 쫌 바빠서 그래” 하고는 도망을 가버렸다. 막 집을 나서던 참이었다는 용길씨가 달려와서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더니 그냥 철커덕 조립을 해버린다. 나는 기분이 좋아 “세상에~ 이렇게 쉽게 하는 것을~” 하고 치하를 하니 칭찬에 고무된 용길씨가 다시 분리해 놓고는 나더러 직접 해보라 한다. 나는 방금 눈으로 본 것도 못할까 하면서 자신있게 철커덕 철커덕 척척 조립을 하는데 제기랄 본대로 시키는 대로 하는데, 젠장 나는 왜 안 되는 거지? 아무래도 나는 와이프 바꾸는 데는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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