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졌어요. 황금 들판의 벼 이삭들이 하룻밤 자고 나면 타작을 하여 없어지고, 검정색 사각의 논들이 듬성듬성 나타나네요. 잦은 비로 걱정이 많았는데 그나마 다행인 듯합니다. 저 황금 들녘이 없어지면 이제 산에 노랗고 빨간 단풍들이 또 함양땅과 지리산 온 천지를 예쁘게 물들이겠지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 올해는 꼭 지리산 단풍구경을 한번 해 봐야겠어요. 지리산 주변의 사방이 산인 이곳 함양 땅에 살다보니 매년 한 번도 단풍구경을 못한 거 같네요.
이곳 한국 하고도 함양에 오기 전엔 네팔 산악지대인 히말라야 근처의 신투팔촉에 살았는데 그곳에서도 눈을 뜨면 온 주변이 산뿐인 마을이었는데 올해 따라 유난히 단풍구경을 하고 싶다는 게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구요. 한국에 방문한 친정 엄마에게 지리산 노고단까지의 아스팔트길과 단풍길을 구경시켜주고 싶고, 바닷가도 구경시켜주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요? 네팔에서는 바다를 구경할 수도 없기 때문에 엄마는 평생을 바다 구경 한번 못하셨는데 남편을 졸라서 이번에 바다 구경도 꼭 해야할 것 같아요.
감 농사와 곶감 농사 때문에 감철을 맞이하여 감을 따고, 깎고, 말리고의 과정이 또 저희를 기다리고 있어서 시간을 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결혼기념일을 핑계로 엄마도 오셨는데 올해만큼은 꼭 산과 바다 구경을 모두 해 볼 생각입니다. 9월부터 10월까지 쭈~욱 6천여평 밤산에서 허리가 휘어지도록 밤을 줍고, 선별하고, 씻고, 포장하여 전국의 소비자분들께 보내는 과정들이 정말 숨 쉴 틈조차 없이 지나가고, 이제 겨우 밤 판매가 끝나고 한숨 돌리려니 또 감 따고 깎는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네요.
곶감 작업은 밤 작업보다는 훨씬 더 힘든 작업이랍니다. 겨울 새벽의 추운 냉기와 마주하는 시간들은 정말이지 몸서리가 쳐진답니다. 저녁 늦게까지 혹은 새벽 1시까지도 감 깎는 작업을 하면서 겪어야하는 부담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요. 두 아이들 돌보는 일은 친정 엄마가 도와주시겠지만 추운 작업장의 환경(곶감은 따뜻하면 안됨) 탓에 아이들을 데리고 일하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니랍니다. 큰아이는 6세여서 유치원 다녀오면 혼자서도 잘 있지만 작은애는 아직 17개월밖에 안되어서 수시로 엄마를 찾고 하기 때문에 올해도 아이들의 건강 등이 걱정이 많답니다.
남편의 인터넷 판매로 올해도 밤 판매는 오픈마켓 판매 인기순위 2~7위안에 들었고, 거기다가 “MBC리얼스토리 눈”에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밤과 호두가 더 인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좋은 일도 많은 거 같네요.
함양군 다문화 노래, 춤 경연대회에서 남편과 두 아이와 참가하여 우수상을 받았거든요. 상금 20만원은 남편과 의논하여 함양군 장학회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는데 보람이 가슴 가득한 것 같아요. 평소 남편이 다문화가족은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고는 있지만 보답하는 데는 형편 등의 이유로 소홀한 부분이 다소 있다는 아쉬움을 표현하곤 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문화가족도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가 되고, 또 많은 우리의 다문화가족들도 더 많이, 더 좋은 모습 보여 지면 하는 소망입니다.
추워지는 계절 주간함양 독자님과 함양군민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저희 KBS인간극장 출연합니다. 11월21~25일 아침7시50분~5일간 방영, 많은 시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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