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불볕더위와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모르는 열대야는 정말 숨이 막히게 한다. 선풍기 바람은 오히려 더운 바람이 나오고, 도망갈 곳을 찾다 결국 우리 가족들은 엄천강물이 흐르는 한남 다리위로 피신을 하고 만다. 100여미터 길이와 10여미터 높이의 다리 위는 정말 시원하다. 강바람이 불어와 모기조차 접근을 못한다. 돗자리를 펼치고 누워 있으면 밤하늘의 별이 총총히 보이고, 저 하늘 어드매쯤인가엔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오작교와 은하수도 보일법하다. 예년엔 이 시간이면 동네 할머니들도 더위를 피해 다리위로 마실을 나오셨는데 이젠 할머니들이 연로하셔서 걷기가 불편하신 듯 나오시는 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들과 담소를 나누면 재미있고 즐거웠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해 아쉽고, 자꾸만 연로해지시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도 된다. 저어기 강가에 불빛이 반짝인다. 아마도 타지 분들이 오늘도 다슬기를 잡기 위해 온 듯하다. 하루에도 몇 명씩 다슬기를 열심히 잡아가는 저분들. 어떤 날엔 밤 12시가 넘도록 강을 휘젓고 다슬기를 잡는다. 나중에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면 이곳 분들은 아닌듯한데... 남편은 동네 다슬기를 무작위로 잡아가는 저들이 마뜩찮은 듯 매번 뭐라고 한다. 남편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고향 생각이 절로난다. 고향 네팔에서는 여름밤이면 별보기가 정말 좋은 추억이었다. 별을 보며 가족끼리 담소를 나누며, 감자와 옥수수 삶아서 먹는 재미와 추억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또 어떤 일들이 나의 내일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이제 함양이 들썩일 8.15 체육대회와 동창회가 기다리고 있다. 10년 전 대한민국의 함양 땅에서 처음 맞이한 8.15는 내게 어떤 날이었을까? 대한민국의 광복절이 8.15라고 하는데 사실 내겐 그날은 면민 체육대회로 더 기억에 남는다. 휴천면 공설운동장에서 마을과 마을 분들이 나오셔서 윷놀이와 제기차기 축구를 하는 모습들. 그것은 네팔의 마을 축제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8.15는 남편의 모교인 함양중학교 총동창회의 날이기도 하다. 밤에 찾은 동창회장의 학교 운동장은 참으로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유명 가수가 노래하고 경연하는 모습들. 기수별로 모여서 음식과 술을 나누는 모습들. 경품추첨을 하고, 기수별 뒤풀이장소에까지 남편을 따라갔던 기억들. 술 문화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한국. 네팔에서는 맥주가 비싸기 때문에 쉽게 아무나 자주 먹을 수 없는 술인데 한국에서는 누구나 쉽게 마시는 모습이 풍족한 대한민국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이 풍요와 부자 나라의 화려한 동창회와 면민 체육대회의 모습들. 그런데 이 날이 광복절이라니 광복의 기쁨을 함께 채우는 모습임을 생각하면 더 얼마나 화려하고 더 얼마나 술을 마신들 누가 탓할까 싶다. 나라의 소중함, 나라 없는 설움, 그런 날에 무엇을 한들 그게 이제 이해가 된다. 그 이해의 동참으로 저희 집 태극기는 이제 제가 달고 있으니까요. 대한민국에 첫발을 디딘지 10년이 지났고, 이제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으나 저도 고향이 있고, 모국이 있고, 그리움이 있답니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그 소중함을 서로 이해하는 우리. 그런 우리가 되길 기원하며 무더운 여름날에 주간함양독자님과 함양군민 모두의 건강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네팔댁 한남띠기 다와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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