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직접 농사를 지어본 일은 없어서 흔히 주말농장이라고 말하는 것을 저도 한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자원봉사를 하던 농가의 소개로 작년에 3마지기 약 450평정도의 땅을 마련했습니다. 농기구라고는 삽하고 호미, 괭이, 낫이 전부인지라 다른 농기구는 자원봉사를 하던 농가의 도움을 좀 빌리기로 하고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고추와 콩과 참깨를 심었습니다. 수확하는데 까지 제 노력의 대가는 제외하고 종자 값 등 약 270여만원이 투자되었습니다. 콩은 두부를 만들어 아이들과 두어끼 나누어 먹는 정도였고 고추는 고춧가루 스무근 정도를 김장하는데 보탰고 참깨는 참기름 소주병으로 다섯병 정도가 나왔는데 그렇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손에 들어온 것은 고춧가루 두어근과 참기름 한 병이 수익의 전부였습니다. 각 작물을 심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고추말리고, 깨 털고, 콩 타작하고.......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이니까........
올해는 감자를 심었습니다. 감자는 심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약 100만원 정도의 경비를 들여서 정말 시키는대로 심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제 감자는 안중에도 없이 열심히 시간 나는 대로 농가에 자원봉사만 했습니다. 트랙터로 초벌로타리 치고, 물로타리도 치고, 서래질도하고, 볍씨로 모판도 짜고, 다자란 모판도 찌고, 이양기로 모도 심어보고, 양파도 캐고, 까대기도 하고 등등등 자원봉사를 하고 나니 어느덧 제 감자를 캘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자밭의 잡초가 제 키보다 훨씬 큽니다. 몇 번 가보았을 때는 제법 감자순이 잘 자라 있기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자원봉사하는 기간 동안에 잡초들이 감자밭을 점령해 버렸습니다. 에이, 그래도 감자 캐는 인건비 정도는 되겠지 생각하고 우리 집 대학생 8명중 지원자 5명에게 시간당 7,000원의 알바비에 점심 및 간식제공, 점심시간 알바시간에 포함하는 조건으로 감자를 캐러 갔습니다. 감자 박스 값 40,000원에 점심 및 간식비에 알바비까지 50만원이 들어갔습니다. 수확량은 5단계로 나누어지는 감자의 등급 중 3단계이상 상품성 있는 감자 36박스와 4~5단계의 감자가 양파망 20개 정도였습니다.
기대이상의 수확에 감자농사로 떼돈을 벌어 보리라 생각하고 36박스를 농협에 수매 했습니다. 4~5단계 감자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삶아 먹고, 감자국 끓여 먹고, 샐러드 만들어 먹고, 볶아먹고, 감자전 해서 먹고 등등등 그래서 요즘 식단에 감자가 자주 나옵니다. 알바비 챙긴 다섯 아이들도 감자가 참 맛있다며 제 눈을 똘망똘망 쳐다보면서 감자를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감자 선별 등을 잘못해서 20kg 한박스 당 16,000원을 호가한다던 그 감자가 경매결과 총 158,000원이 제 수중에 들어 왔습니다. 한 박스에 4,450원 꼴입니다.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만 못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나 봅니다. 그렇게 잘 자랐던 감자가 잠시 소홀한 시간동안 잡초에게 그렇게 유린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농사는 아이들 키우는 것과 꼭 같은가 봅니다. 지극 정성으로 시시때때로, 내 품을 떠날 때까지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보살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됨과 동시에 우리 농민들의 현실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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