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보도자료는 정부나 기업이 언론을 대상으로 뿌리는 자료입니다. 기자들은 전달받은 내용을 토대로 본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다시 작성하기도 하고,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홍보담당자에게 묻기도 합니다. 기업의 홍보팀은 보도자료를 기자들이 가공하기 쉽게 써야 하며, 육하원칙을 바탕으로 작성되어야 한다며 나름대로 사실 그대로의 객관성을 중시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의 입맛에 맞게 잘 쓴 보도자료는 별도의 수정 없이 배포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언론사가 기업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쓰면 상업광고가 됩니다. 실제로 독일의 한 회사가 자사의 기부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보도자료에는 회사 대표와 지역 정치인의 발언들이 인용되었고, 한 지역신문은 이 자료를 거의 그대로 기사화했습니다. 그러자 이 회사의 경쟁사가 이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에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은 해당 기사가 위법한 상업광고라고 판단했습니다. 기사는 해당 기업을 긍정적으로 묘사했고, 기업의 보도자료가 거의 그대로 사용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관련 기사는 기업의 상업적 목적에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보도자료에 나온 인용문은 마치 기자가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것으로 독자를 오도한다고 법원은 지적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방식의 보도는 언론자유의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으며, 언론사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언론자유의 보호 범위는 오히려 줄어든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법원은 언론사가 광고비를 받지 않고 보도자료를 기사화했어도 이는 상업광고라고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핵심은 언론사가 광고비를 받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취재 없이 기사화하는 것 자체가 언론사의 저널리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론사는 이와 같은 보도자료를 광고란에 게재하던가 아니면 이 자료가 광고라고 알려야 합니다.기업은 광고주로서 언론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기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됩니다. 언론사는 보도자료와 취재 기사를 명확히 구분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면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짓밟는 자해가 됩니다. 물론 독일의 관행이나 법률적 규정을 우리 것과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 나라마다 보도기사를 사용하는 방식과 인식의 잣대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언론과 기업이 보도자료를 광고와 구분하고, 법원이 위반행위의 경계를 분명히 규정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언론사도 기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원칙이 있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언론사는 비판적 저널리즘을 하기 위해서 돈이 있어야 가능한 구조적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사가 저널리즘의 가치와 이윤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AI 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 이와 같은 구조적 딜레마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공간에서 남의 도움을 받으면 현장 취재 없이도 단숨에 원하는 기사를 작성, 편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자의 역할이나 비판적 저널리즘의 활동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언론사가 베껴 쓰기나 보도자료에 크게 의존할지, 아니면 저널리즘의 가치를 구현할지 원칙과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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