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습니다. 예년 같으면 광복절만 지나면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는데, 올해는 추석이 지나도록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 전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기후 변화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어, 농사일도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바뀐 기후에 맞춰 어떤 작물을 키워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폭염이 물러나 한숨 돌리게 되었지만, 남부 지역이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가오는 겨울이 더 춥고 길 것이라는 예보에 걱정이 앞섭니다. 여름의 혹독한 더위처럼 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긴장감이 맴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뜻깊은 시기가 될 것입니다. 바로 아들이 함양읍에서 떡카페 ‘함떡’을 오픈하기 때문입니다.
‘함떡’에서는 곶감 찰떡을 비롯해 7가지의 찰떡과 인절미, 곶감 카스테라, 그리고 커피와 음료, 찰떡 빙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곶감을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도 개발 중입니다. 나는 곶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이 곶감이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함떡’이 지역의 대표 맛집으로 자리 잡고, 그 안에 담긴 귀감의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곶감 준비작업으로 바쁠 시기이지만, 올해는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아들의 카페 오픈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일이기에 책임감도 크지만, 그만큼 보람도 배가됩니다. 아들의 카페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20여 년 전, 내가 처음 곶감 작업을 시작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그때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듯, 아들도 자신의 길을 멋지게 걸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다가오는 시월은 ‘함떡’ 오픈과 곶감 작업 준비로 분주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두 일이 조화롭게 맞물려 순조롭게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22년간의 귀농 생활이 그랬던 것처럼, 가족이 함께 힘을 모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농사일도, 새로운 도전도 더해져 바빠지겠지만, 그 속에서 가족의 의미와 일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모두가 건강하게 시월을 맞이하고, 아들의 첫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함떡의 오픈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의 기대 속에서, 성공을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은 역시 ‘맛과 서비스’입니다. 먹거리의 본질은 누가 뭐래도 ‘맛’이 우선이며, 그에 더해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시월 초에 오픈 예정인 ‘함떡’이 떡카페의 귀감이 되고, 함양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 잡을 때까지 계속 지켜보고, 아낌없이 도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