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가을 하늘이 높고 맑고 푸릅니다. 톡 하고 찌르면 푸른 물이 주르륵 흐르고 하늘길이 열릴 것만 같은 쾌청한 날씨입니다. 개천절은 서기 전 2333년(戊辰年) 단군기원 원년 음력 10월 3일, 국조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고조선 배달나라를 건국했음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되었습니다. 1949년 당시 문교부가 위촉한 개천절 심의회의 심의 결과 음·양력 환산이 어렵다는 이유와 10월 3일이라는 기록이 소중하다는 의견에 따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음력 10월 3일을 양력 10월 3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우리 배달겨레는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노 은사로부터 개천절 노래를 배웠습니다.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아바님은 단군이시니/ 이 나라 한아바님은 단군이시니// 백두산 높은 터에 부자요 부부/성인의 자취 따라 하늘이 텄다/ 이날이 시월 상달에 초사흘이니/ 이날이 시월 상달에 초사흘이니// 오래다 멀다 해도 줄기는 하나/ 다시 필 단목잎에 삼천리 곱다/ 잘 받아 빛내오리다 맹세하노니/ 잘 받아 빛내오리다 맹세하노니”(정인보 작사 김성태 작곡)
개천절 노랫말 뜻은 머리와 가슴에 쉽게 와서 닿았습니다. 우리 동네 학마을에는 윗 새미와 아랫 새미가 있어 그 물을 떠서 밥해 먹고 살았기에 새암의 말뜻은 쉽게 풀렸습니다. 나무는 뿌리가 튼튼해야 잘 자랄 수 있다는 이치는 놀이와 경험으로 금방 알아챘습니다. 마을 앞에 펼쳐진 큰 들판의 이름이 한들이었기에 이 나라 한아버님은 나라의 큰아버님이니까 높으신 분이고 이름이 단군이구나. 라는 정도로 전체 노랫말의 뜻을 이해했습니다. 장중하고 엄숙한 개천절 노래는 부르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배달겨레 고조선의 첫 국왕 단군 임금을 떠올리며 열심히 따라 불렀습니다.
개천(開天)의 개(開)는 첫(初, 始), 천(天)은 천왕(天王)을 줄인 것입니다. 따라서 개천(開天)의 말뜻은 ‘나라를 세운 첫째 임금(太祖)’이 됩니다. 이리하여 배달겨레 최초의 민족국가 고조선의 첫 임금 단군왕검겨옵서 곧 개천(開天)이 되는 것입니다. 나라 잃은 시대(일제에 의한 국권 상실기). 1918년 10월 3일 중국 상해에서 고조선 배달나라 건국 기념식을 처음 열었습니다. 즉, 고조선 배달나라를 잊지 말고 국권 회복을 다짐하는 기념식을 열면서 10월 3일 이날을 개천절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개천은 ‘하늘을 열다’라는 뜻도 담겨 있어 ‘나라를 세운다’에 대한 가장 신성한 의미를 부여한 말이기도 합니다. ‘건국 기념일’이라면 나라에서 성대하게 기념식을 열어야 함은 당연하고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일제가 심어놓은 왜곡된 식민사관 때문에 고조선은 그 존재 근거가 불명확한 나라이고, 더 이전의 배달나라는 신화 속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나라의 가장 큰 경사로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개천절 행사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덩달아 국민들도 개천절을 한글날과 이어지는 황금연휴로만 인식하고 국내외로 놀러 다니기에 정신없는 현실이 한심하고 안타깝습니다.
올해가 단군왕검겨옵서 고조선 배달나라를 세운 4,357돌 됩니다.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이화세계(理化世界: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입니다. 홍익인간 사상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으로 이어졌습니다. 선비정신 이어가는 함양중학 건아들이여!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문화민족이라고 입으로만 떠들지 맙시다. 개천절의 역사와 그 뜻을 제대로 알고 머리와 가슴에 새깁시다. 우리 다 같이 이른 아침 경건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달아서 경하드리고 자축하는 날을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