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지칭하는 영어의 ‘History’라는 단어는 ‘His Story’란 두 단어의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그 단어의 뜻을 풀면 ‘그의 이야기’이다. 영어의 History라는 단어에서 역사 속에 엄연하게 존재했던 사실 하나를 알아챌 수 있다. 인류의 지난 사건들을 이야기로 풀어 서술했던 자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모두 He(남성)이라는 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면 그리스의 철학과 민주정치는 오직 남자들만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였다는 점과 인류의 정신적 철학적 지성이 고도화되었던 그리스 문화 속에서 여자들과 아이들은 여전히 남자들에게 예속된 소유물이자 노예와 같은 신분이었다는 점을 되짚어보는 것은 History를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 지난 역사의 주인공들은 남자들이었다는 점을 토대로 해서 역사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관점은 분명 더 정확하고 사실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결정했던 주체자들이 여자들과 아이들은 배제된 남자들이었다는 점과 미래 세대를 출산하고 양육했던 여자들과 미래의 주인공이었을 아이들은 과거로 전환되면서 미래로 연결될 현재의 그 무수한 사건들에서 주체적인 참여자가 아니었다는 점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His story는 제 3인칭 관점이다. 1인칭의 나와 우리의 이야기, 또는 2인칭인 너의 이야기가 아닌 제 3자적 관점이다. ‘그의 이야기’는 능동적 관점이 아니라 피동적인 관점이 되어 그 속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책임의 주체가 나도 너도 아닌 제 3자이니 책임 또한 영원히 익명의 그의 것이 될 터이다.
더 들여다보면 His(그의) 지난 이야기들인 인간 역사에서는 전쟁을 일으켜 침략하거나 정복하여 영토를 확장하면서 전쟁의 명분과 그 결과들이 어떠어떠했는지의 사건들과 그 맥락들이 주요 테마를 이루고 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전쟁이 향하는 목표지점은 늘 전쟁의 종식이었지만 일단 대중적 이성이 납득할 만한 전쟁의 명분이 세워지고 나면 전쟁은 그 명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쉽게 종식되지 않는 His Story의 주요 콘텐츠들이었다.
그러한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우리 세대도 전쟁의 경험을 일생동안 깊이 새겼던 가까운 그리고 먼 우리 조상들의 DNA(정보)를 물려받은 바 기실 우리의 무의식은 전쟁을 잘 알고 있고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실로 우리의 무의식은 소설과 게임과 영화를 통해 전쟁을 재현하면서 전쟁에 대한 간접적 체험들을 연예 오락으로 즐기곤 한다.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그간 누적된 세계 강국 정부들 간에 얽힌 이해관계가 우크라이나-러시아간의 국지전을 넘어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주도하는 제 3차 대전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국제적으로 회자하고 있다.
전쟁에 대한 현실감을 잊은 지 오래고 뉴스마저도 디지털 상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어버린 요즘같은 세상에 하루의 안위에 너무나 게으르게 길들여진 내가 그리고 우리가 과연 전쟁과 평화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온다면 모두의 웰빙을 위한 선택을 할 줄 아는 똑똑한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싶다. 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를 위한 우리에 의한 우리의 이야기를 선택해야 할 터인데 말이다. 하여 지금은 좀 더 깨어 있는 시선으로 긍정에너지를 모으면서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할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