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장마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번에 많이 내리는 비는 재앙이 될 수도 있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뭐든 넘치거나 모자라면 탈이 난다. 필요한 만큼 ‘적절’한 것이 좋은 일이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자연이란 생태계는 인간의 과학으로 제어되지 못하기에 지혜롭게 다가가야 한다. 지금의 홍수, 가뭄, 극지방의 해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피해는 무차별적이고 가혹하다. 이런 재앙을 과학문명으로 해결하려는 인간의 의지는 대자연 앞에서 오만이다. 근본적인 삶의 방식에서 전환이 이뤄져야 과학문명도 빛이 난다. 지금의 욕망을 소비하고 부추기는 방식에서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재앙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낳은 지금 기후위기는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제대로 듣기 못하기에 일어난다. 인간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많은 생물종이 소멸되고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계속해서 아픈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무시하고 있다. 나딘 로베로의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클로버라는 한 아이가 내면의 소리를 찾아 떠나는 숲속에서 벌어지는 여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잃어버린 염소 ‘모란이’를 찾아야할지, 언니오빠를 따라가야 할지를 떡갈나무에게, 흐르는 시냇물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묻고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지금, 우리는 욕망으로 어질러진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소리에 경청(傾聽)할 때 우리의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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