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16년 간 280조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함양군은 2023년 2월 기준 인구는 3만7446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 4만692명에서 3246명이 감소했다. 2024년에도 인구감소는 이어지고 있어 3만 7천 명대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2022~2023년 함양군에 지방소멸대응기금 210억원을 배정했다. 주요 사업인 누이센터 건립, 워커인 함양 프로젝트, 청년과 함께 백두대간 따라 가든 앤 카페, 농산어촌 유토피아 추진단 운영 등에 군비까지 포함 직갑접 예산을 고려하면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함양군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현상인 세대 간 불균형, 청년세대 유출, 출산율 감소, 전입인구 감소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오늘부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한다”며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 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대통령실에도 저출생 대응 수석실을 설치해서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며 “이러한 총력 대응 체계와 함께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고 만족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이 국가 위기로 인식되고 있지만 생각처럼 뾰족한 방법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함양 서하초등학교의 예처럼 현재 각종 대책이 결국 밑 빠진 독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밑 빠진 독이 되어버린 사업들로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다른 지점에서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농촌을 도시처럼 만들면 인구감소가 사라지고 지방소멸 문제가 없어질까? 간디는 마을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마을이 자급자족하며 느슨하게 연결되어 서로 협력하는 세상을 통해 마을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마을 공화국’이 되면 세상이 바꾸길 바랬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역 단위 경제공동체의 회복력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 이전부터 정부와 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실업, 복지 등 여러 문제를 지역주민들이 마을 자원을 바탕으로 해결하려는 대안 모색이 있었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 복지 제공 등 지역문제 해결과 지역공동체를 회복해온 사례는 무수히 많다. 자립적인 마을 경제가 튼튼하게 만들어진 마을공동체의 발전은 지방소멸을 막는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글로벌 경제 파급효과, 지역 자원의 한계, 지속 가능한 자금 조달 등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라는 현실은 분명하다. 자주 거론되는 스페인의 몬드라곤, 캐나다의 퀘백 등 다양한 여러 협동조합들로 이뤄진 지역단위 경제공동체의 사례만이 아니라 독일의 ‘독립 마을 경제’, 인구 4만의 미국 버몬트 벌링턴시티의 직접민주주의와 지역경제의 이상적 결합, 그 외에도 포틀랜드, 오스틴, 가나자와 등 중소도시들이 각자의 지역 자원과 특색을 바탕으로 만든 경제적 지역 모델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태안군 만수동의 자생적 기본소득 실행 사례, “노인도 공동체 일원, 더불어 살자”, 만수동 마을연금의 시작은 2016년, 어촌계 대의원들이 나선 끝에 양식장 채취량의 70%는 작업자가, 30%는 노인 등 비작업자에게 마을연금으로 주기로 합의하면서 마을연금의 발을 내디뎠다. 포천시 장독대 마을은 70살 이상 마을 노인에게 연간 60만원의 마을연금을 지급한다. 녹색농촌 체험마을, 평생학습마을, 향토 음식 마을 등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연간 2만명의 내외국인이 찾는다. 매년 들어오는 마을 수입금을 공동관리해서 주민들에게 인건비를 주고 남은 영업이익금 중 일부를 현재 마을 노인 7명에게 4년째 마을연금을 준다. 좀 더 통 큰 곳도 있다. 가구당 1300만원 배당하는 섬마을 장고도의 기막힌 기본소득이다. 1983년에 장고도의 25살 청년 편삼범이 어촌계장을 맡으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청년 어촌계장은 주민들을 설득해 해산물 채취 사업을 ‘어촌계 직영’으로 바꾸고 철저하게 공동작업·공동분배했다. 이렇듯 동네를 살리는 사례들은 지금도 꾸준히 생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역경제를 대안으로 한 ‘경제적 로컬리즘’은 글로벌 추세로 번지고 있다. 지역 경제의 자립과 순환, 로컬 비즈니스 육성,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경제적 로컬리즘’이라고 한다. ‘임실치즈 지역경제’의 사례에서처럼 하향식 행정이 자초한 문제의 경험은 지금도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한 시군수들은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끌어와 ‘반짝 사업’으로 치적을 세우려는 경우가 많다. 아래 면장과 이장도 같은 행태이다. 저는 마을 경제공동체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주민들 의견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확인했다. 역시 지역은 주민들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많은 사례들이 청년들의 주도적 노력으로 이루어졌던 경험을 보면서 청년에 대한 지원이 지금처럼 정부의 하향식 행정 주도로 되지 않았으면 한다. 청년과 주민으로부터 지방소멸과 인구감소를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 배우며 함양에서도 마을 경제공동체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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