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를 보니, 기후위기로 인해 국내외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와 전남 등지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올해 2~3월의 고온 현상과 잦은 비로 인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통상 6~9쪽인 마늘쪽이 12개 이상으로 나뉘는 ‘벌마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다. 브라질 남부에서는 대홍수가 나서 도시 전체가 침수되었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콩 생산국인 브라질의 대두(콩) 생산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벌써부터 국제 대두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 모든 것이 기후위기와 연관이 있다. 이상기후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위기이지만, 그 영향은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기후위기는 어떤 문제들을 낳을까? 당장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들의 경우 일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냉방과 난방이 잘 안 되는 주택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가뭄과 홍수, 태풍, 산불 등으로 인한 피해도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농업과 식량 문제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국내의 농민들은 농사짓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미 너무나도 고령화된 농민들이 언제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농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대한민국 입장에서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식량위기이다. 대한민국은 식량자급률이 40%대에 불과하고,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 남짓에 불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브라질 남부의 대홍수가 보여주듯이 세계적으로도 농사짓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엔 산하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23 세계인구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22년 80억명을 넘어섰고, 계속 증가해서 2037년에는 9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가 늘어나면 식량수요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농사짓기는 어려워지는데 세계적으로 식량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이상기후가 더 심각해지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국이 먹을 식량 정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즉 식량위기는 어떤 국가에게는 생존의 위기로 다가오겠지만, 다른 국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등 다수의 선진국들은 식량을 초과 생산하거나 자급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과 대한민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5개국(포르투갈,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이스라엘)뿐데, 그 중 인구 2천만 명 이상의 국가는 한 곳도 없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삼면은 바다이고, 위로는 북한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때 마스크가 부족해서 혼란이 일어나고, 중국에서 수입되는 요소수가 부족해서 난리가 난 경험은 앞으로 다가올 재난에 대한 일종의 징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농업이 가장 중요하고, 농지와 농촌을 잘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지역소멸’을 운운하면서 농촌을 대상화하고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농촌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논의되기보다는, 오히려 농촌을 더 어렵게 하는 난개발과 환경오염시설이 밀려들고 있다. 농지는 계속 훼손되고 있고, 농민들의 농업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식량위기는 닥친 다음에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성격의 위기이다. 농지를 넓히고, 농사지을 사람을 확보하고, 식량자급률을 올리는 것은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국가만 쳐다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시민들 스스로가 기후위기가 낳을 심각한 상황들에 대해 인식하고, 정부의 정책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농사, 농민, 농촌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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