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만 2년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까지 현 정부는 과학자인 필자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많은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기후위기를 맞아 많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생산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자발적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납품 업체들에게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살리기 위해 전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CF100(무탄소 에너지 100%란 뜻으로 재생에너지 이외에 원전도 포함)을 추진하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지난 해 시작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는 30년이 아니라 100년 후에도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데다 오염수 자체의 안전성이 전혀 검증된 바 없는 상황에서 방류를 지지하고 방류를 반대하는 많은 국민들의 주장을 괴담으로 몰아붙이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급기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을 위해 부족한 액수나마 받으며 묵묵히 일해 왔던 수많은 과학 인재들에게 청천 벽력같은 정부 발 소식이 전해졌다.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도 R&D(연구개발) 예산을 줄이지 않으며 조금씩 국제 경쟁력을 증가시켜 온 우리나라인데 2023년 31조 1천억 원이던 R&D 예산을 무려 16.7%나 감소한 25조 9천억 원으로 삭감한 것이다. 애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계획은 5% 예산 증액이었는데, 대통령이 ‘나눠먹기 식’ R&D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는 한 마디에 갑자기 삭감된 것이다. 갑작스런 예산 삭감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젊은 과학자들이다. 물리학자인 김봉재, 고아라 교수는 최고의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R&D budget cut could be the final straw for South Korea’s young scientists (알앤디 예산 삭감은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견딜 수 없는 한계점이 될 것이다)”라는 제목을 글을 기고하면서 이 사실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은 과학기술의 근간인 기초과학 학과들이 줄어들고 AI, 반도체 등 산업관련 학과들로 바뀌는 현실에서 그나마 버텨온 기초과학분야는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며 신진 연구자들은 연구실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실제 대학에서 전임 교수는 학교로부터 급여를 받지만 교수와 연구를 수행하는 포스트닥(Post-Doc, 박사후연구원)이나 석박사과정 학생들은 모두 R&D 예산으로부터 지원받아 생계를 꾸리고 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연구원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교수의 손발이 되어준 연구원들이 떠나게 된다면 연구실 자체는 멈출 수밖에 없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에서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졸업생은 졸업생으로 위장한 대통령실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감으로써,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당한 이후 또다시 ‘입틀막’ 정권임을 과시했지만, 많은 언론들은 항의한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대변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본질을 흐렸다. 지금까지 한국은 과학 기술 연구와 개발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일등공신이 바로 젊은 연구자들이다. 더 많은 예산으로 이들이 걱정 없이 연구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는 커녕 예산을 삭감해 일자리를 없애면서 오히려 대기업 법인세는 깎아주고 있는 이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그러고도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임기 중 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며 걱정 말라고 한다. 그럴 거면 올해 왜 줄였는가? 한심한 일이다. 나라 운영은 소꿉놀이가 아니다. 정부 정책 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된다. 여론에 밀려 내년 R&D 예산을 늘린다고는 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으며 설령 늘린다고 해도 성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일부 산업 기반 분야에만 한정될 것이다. 내년에도 과학자들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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