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서하초 살리기가 언론에 주목을 받으며 시골마을을 들썩이게 했다. 서하초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일들을 ‘시골을 살리는 작은 학교’라는 책으로 펴낸 김지원 작가를 직접 만나 보았다. 김지원 작가는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어떻게 이 시골마을 작은 학교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제 고향이 농촌이에요. 거기서 살 때는 몰랐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어린 시절에 시골과 같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던 게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이 저를 키워줬다고 생각했고, 고향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 같아요. 우연히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에 합격하면서 서울에 올라왔고, 터전을 잡게 되었죠.도시계획·부동산학이 좀 생소할 수는 있는데, 학과에서 배우는 게 정말 다양해요. 저는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자연스레 지역 간, 도시 간 격차나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스무 살 이후로 서울에 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지 이 거대도시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제게 축적되는 무언가의 에너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떤 도시가 성장하면 그만큼 다른 도시는 또 쇠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겐 문제의식이었고, 그렇게 대학원에서 더 이런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입학하게 되었죠.연구실에서는 주로 국토의 균형 발전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연구실에서 교수님, 동료들과 많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국토 공간에서의 인구 쏠림 현상이나 시골 마을의 문제에 대해 점점 더 몰입하게 된 것 같아요. 석사학위논문도 개인이 어디사는지에 따라 자산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밝히는 연구였어요. 그럼 서하초와의 연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2020년 봄에 연구실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서하초 살리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요. 한국토지주택공사 경남지역본부에서 서하초 이야기를 전해 주셨고, 초등학교 중심의 농촌 활성화 프로젝트를 연구할 기회가 생긴 거죠. 그렇게 관련된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되살아나고, 지역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 같아서 희망을 보게 된 것 같아요. 여러 농촌에 관련된 통계와 데이터, 문헌을 보면서 농촌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무력함(?) 같은 걸 느끼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어쩌면 정해진 미래라고 생각했던 초등학교의 폐교나 시골마을의 쇠퇴를 막아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이 책의 구성과 전달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시골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건, 마을의 사망선고나 다름없어요.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에 더는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자연스레 학교의 운명과 마을의 수명이 맥을 같이 가게 되는 거죠. 이전까지 폐교나 시골 초등학교에 관한 문헌에서는 폐교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가 많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골 초등학교의 폐교는 이미 전제된 상태에서,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서하초등학교의 이야기는 달랐어요. 서하초를 되살리기 위한 수많은 분의 마음이 모이고, 또 여러 노력이 뭉쳐지면서 마을이 되살아났고, 지역 살리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목격했던 것 같아요.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시골을 되살리는 구심점은 ‘초등학교’더라고요. ‘마을에 하나뿐인 초등학교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죠. 시골에서는 주민들이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뭉쳐왔고, 뭉쳐져 있더라고요. 고령화되어 어려워지고 있는 시골 마을을 되살릴 수 있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게 ‘초등학교’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산업구조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서 공간구조가 변화하면 앞으로 농촌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마을은 더는 손쓸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농촌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죠. 그런 상황에서 마을에 하나뿐인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을 되살리려는 서하초의 노력이 여러모로 어려워지고 있는 작은 학교나 농촌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서하초 살리기는 단순히 시골 작은 학교의 존폐 문제가 아니었어요. 마을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시도였고, 그 과정에서 민과 관, 공공기관, 연구기관이 힘을 합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아이를 둔 젊은 학부모와 자녀가 살 수 있도록 ‘주택’과 ‘일자리’를 패키지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거기다 자녀를 위한 교육까지 더해지니.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죠. 아이가 있는 보통의 학부모가 원하는 요인에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초등학교도, 마을도 살아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에필로그를 읽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담겨있다고 느꼈어요.서하초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서 쓰신다면 어떤 것이 담기면 좋을까요?제가 외부인의 시선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책을 정리해서 사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 후속 논의가 필요한 부분을 세세하게 알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어요. 서하초의 사례는 정말 많은 분의 노력이 합력하여 새로운 좋은 성과를 창조해냈어요.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힘을 모아가는 이야기를 후속이야기로 담아낸다면 좋겠어요. 이주해서 살고 있는 분들의 다양한 경험들, 마을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 등이 더 많이 담겨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서하초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지금 서하초의 상황이 한숨 돌린 수준일 수도 있고,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한 수준에 그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송계마을이나 서하초의 운명은 살고 계신 주민들, 새로 정착한 주민들,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나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에 애정을 갖고 살아가는 많은 분의 마음이 모여 서하초가 위기를 극복했듯,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여 더 나은 농촌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도시와 농촌의 균형에 대한 작가님의 견해와 해결점에 대한 소중한 의견도 듣고 싶어요.학부생 시절에 지도교수님께서 쓰신 <지방도시 살생부>를 감명 깊게 읽었어요. 그리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이 공존할 수 있는 국토 공간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죠. 그 책에서 ‘공간적 마태효과’라는 표현이 나와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유명한 구절에서 ‘가진 자’를 ‘가진 곳’으로, ‘없는 자’를 ‘없는 곳’으로 바꾸면 우리나라의 ‘수도권 vs 지방’ 상황이 된다는 거죠. 국토 공간은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마을까지, 모두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요. 도시가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데는 어느 정도 농촌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구조인 겁니다.지도교수님께서는 줄곧 ‘공간에도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시거든요. 저는 정말 공감해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자원이 없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잖아요. 공간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이 공존할 수 있는 국토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에서 농촌은 사실 인구도 없고, 규모도 적어 배제되곤 하는데, 농촌에 대해 같이 논의되어야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하초 모델은 ‘작지만, 강한’ 모델이었어요. 농촌에 서하초와 같은 사례가 더 많이 발굴될 수 있다면, 비로소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모습이 아닐까요(웃음). 끝으로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분들께 어떤 가치를 발견하셨으면 좋을지 말씀해주시겠어요.사람들은 도시에 대다수 살고 있잖아요. 저는 농촌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제 농촌에서의 기억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도 점점 더 적어질 거죠. 이런 상황에서 서하초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 분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랄 뿐이에요. 우리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을지 몰라요. 폐교 위기의 서하초는 마을의 인구를 재생산하고, 활력을 북돋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죠.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일 때 우리 사회가 인구가 줄어 어려워지는 농촌의 쇠퇴하는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싶어요. 이 책을 통해 농촌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들, 여전히 농촌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 농촌을 떠난 이들, 농촌에 살고 싶은 이들이 같이 공감하고, 또 고민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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