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고향은 출신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같은 하늘 아래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로 잠깐 낯설다가도 곧바로 안정감을 느끼는 마음의 공간이다. 일자리를 찾아, 원대한 꿈을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각지를 떠돌며 밤낮없이 일에 매달릴 때에도 떠올리면 따뜻하고 언제나 그리운 곳이 고향일 것이다. 이처럼 여전히 고향 함양을 그리며 살아가는 향우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주간함양은 매달 한 편씩 연재되는 ‘함양 향우를 찾아서’ 특집을 통해 각지에 있는 고향 향우들을 만나 끈끈한 정을 느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부산에 머물면서 항상 고향의 발전을 응원하고 있는 향우 기업인이 있다. 향우 진병수 그로발스타해운(주)·그로발스타로지스틱스(주) 대표는 각종 고향에 대한 기부를 통해 함양군의 청소년들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함께 지역문화단체들이 군민들을 위한 행사에 꾸준히 지원하도록 돕는 중이다. “평소 제 소신은 기업이익의 일부를 국가와 사회에 환원하는 것입니다. 특히 제가 태어나서 교육을 받고 이렇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밑거름이 되어준 고향에 기부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 함양군 장학회에 1억원, 다볕문화에 5000만원 등을 기부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계속해서 실천해나가고 있는 진 대표는 양재생 은산해운 회장과 더불어 부산에 머물고 있는 자랑스러운 출향인이다. 주간함양은 멀리서 고향을 응원하고 있는 진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부산 서구에 위치한 그로발스타해운을 방문했다. 진 대표는 병곡면 월암리에서 태어났다. 병곡초·함양중·함양종합고를 졸업후 부산으로 떠나 선박관련회사에서 17년간 근무후 1997년부터 그로발스타해운(주)를 설립해 27년간 회사를 운영 중이다. 기존 회사를 운영하면서 해운대리점업무외에 종합물류회사와 냉동창고 영역까지 업무를 확장해 신규고용증대 및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27년간 회사를 운영해나가면서 부산광역시 고용우수기업선정(2014년),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획재정부장관상 수상(2019년), 2억불 수출의 탑수상(2022년) 수상경력을 기록하기도 했다. “저는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군대를 갈 때 미8군으로 들어가서 영어를 좀 더 배우게 되었는데 그것이 제대한 이후에는 영어 실력을 중요시하는 해운회사에 들어가는 계기가 된 것이죠. 일을 시작하는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당시 시골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도시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어요. 적응 문제부터 해서 남들 1시간 일할 때 우리 같은 시골 출신들은 2~3시간 더 일을 해야 했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그렇게 어려운 도시생활을 10여년을 버텨오던 진 대표는 97년 그로발스타해운(주)을 설립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제가 해운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미국 회사와 주로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미국 친구들이 많았어요. 같이 교류하면서 지내오다 한번은 그 친구들이 회사를 설립해 직접 운영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죠. 고민을 이어오다 97년도에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고 같이 일하던 미국 파트너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오늘의 회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쉽지 않은 결심을 한 만큼 설립 이후 몇 년간은 당시 5명의 회사 동료와 함께 오로지 회사 운영에만 몰두했던 진 대표다. “당시에는 본인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무리를 해서라도 일에 집중을 했죠. 저 같은 경우 회사를 설립하고 3, 4년 정도를 사무실에서 거의 잤어요. 열심히도 열심히지만 회사 특성상 미국 회사와 교류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시차를 생각하면 또 당시 인력을 생각하면 사무실에서 날밤을 새우는 게 불가피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15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초창기 때는 5명으로 시작했기에 개개인에 부담되는 일의 비중이 엄청났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정신을 차리면 집에 못 가고 있는 상황들이 빈번했습니다” 진 대표는 이러한 어려운 초창기를 잘 버텨내고 아시아, 북미, 유럽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유수의 선사 및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그로발스타해운을 명실공히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험난한 타지 생활을 버텨 부산의 자수성가 향우 기업인으로 자리 잡은 진 대표는 고향에 있는 청년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고향에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말이죠. 그것을 믿고 성실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면 좋은 일이 분명 생길 것입니다”“내 고향 함양만은 살아남길”진 대표는 고향 함양을 생각하면 좋은 일도 많았지만 그에 앞서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떠올려져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고향하면 친구들과 여러 추억들이 떠올라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가족인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의 모습이 크게 남아서 가슴 아픈 마음이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돌아가셨는데 복무 당시 많이 편찮으셨습니다. 그래서 군생활하면서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번은 휴가를 나와 집에 계신 아프신 어머니를 보는데 무언가 이제 마지막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그때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업고 마당을 도는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앞이 안보이더라고요. 그러고 복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이처럼 고향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지만 인생 보물인 고향 친구들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는다. 고향 친구, 선·후배를 위해 매년 여행을 보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그다. 최근 10월에는 단양·영주 등 가을여행을 선물하면서 친구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저에게 고향 친구들은 든든한 보물입니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 모여 즐거운 여행을 나눌 수 있다면 어떤 지원이든 다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든든한 친구들이 모이면 반가운 마음과 함께 ‘이게 사는 거다’라고 매번 느끼니 이보다 뿌듯할 수 없죠”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진 대표는 끝으로 어려운 지방소멸 환경 속에서도 함양군만은 잘 극복해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앞으로 고향의 인구가 줄어들고 마을과 학교가 없어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상당히 가슴이 아픕니다. 정말 다른 지역은 다 없어지더라도 내 고향 함양만은 잘 극복해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멀리서나마 계속해서 고향의 발전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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