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태어나 함양을 떠나 있었던 1년을 제외하면 사십년 이상을 함양숙(宿) 함양식(食) 하며 살았다. 굵직굵직한 명승지가 우리 지역에 있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 적은 탓일 수도 있다. 주관적인 로컬여행을 기획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함양숙(宿) 함양식(食)’이었다. 함양에서 자고 함양에서 먹되 공정여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가까이 있지만 숨어있는 함양의 맛과 쉴 곳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을 통해 함양사람이 직접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함양숙(宿) 함양식(食)’으로 회복하길 바란다.   2023년 대입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다. 11월 16일 결전의 날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이 끝나고 숨고르기를 한 다음 합격증을 받게 되면 고3 아들과 엄마인 내가 들러서 감사인사를 해야 할 식당이 있다. 고3인 아들이 밥 먹으러 왔다고 이것저것 서비스로 챙겨주고 한창 먹을 나이 돌을 씹어도 소화시킬 나이라고 보통을 시켰음에도 곱빼기 이상으로 뚝배기 가득 고기와 순대가 차고 넘치는 그 집 우리는 오늘도 양지국밥으로 간다. 10여년 전 양지식당일 때부터 단골이었는데 그때는 지금의 자리가 아닌 재래시장 안에서 장사를 할 때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아이들과 한 끼 먹으러 가면 기본 반찬 외에도 아이들 입맛에 맞는 계란찜과 계란말이를 추가로 만들어 주었을 정도로 인정이 많은 식당이었다. 원래 식성이 좋은 우리집 아이들이라 사장님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하면서 밥값을 계산하고 나오면 아이들 손에 용돈을 쥐어 주기도 하였다. 그때부터 인연을 맺은 양지국밥집은 간판만 바뀌었을 뿐 늦게 가면 자리 없는 것도 똑 같고 인심 좋아 양이 푸짐한 것도 똑 같고 맛있고 친절한 것도 똑 같다. 학생에게 시험만큼 스트레스 받는 게 있을까? 우리집 아이들은 학교 시험을 앞두고는 항상 국밥으로 속을 채운다. 중간, 기말, 모의고사 등 시험을 앞두고 긴장되는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기 위해 한 뚝배기 하고 시험 끝나 시원섭섭하고 후련해서 또 한 뚝배기, 무더운 여름은 이열치열이니 한 뚝배기, 찬바람 불 때는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 한 뚝배기 한다. 가끔은 아이들이 혼국밥을 하러 들르기도 한다. 양지국밥은 지금 부모님과 2세인 아들이 함께 경영을 하고 있다. 아들사장님도 부모님 못지않게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다. 고등학생 그것도 3학년은 자기도 지내봐서 너무 잘 안다고 말로만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음식을 서비스로 주면서 격려와 위로를 해 준다. 갈 때 마다 사장님의 서비스에 아들은 “엄마 이집 사장님 때문이라도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고 훌륭한 사람 되어야겠어요. 지금은 우선 시험을 잘보는 게 보답하는 거구요” 국밥 두 그릇을 시켜 먹으면서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주로 아들이 말하고 나는 듣는 쪽이지만 일면식도 없는 손님이 우리 밥값을 계산하고 간 적이 있었다. 우리가 밥을 다 먹고 계산하려하자 사장님이 “밥값은 어떤 손님이 계산하고 갔어요. 그분이 꼭 이 말을 전해 달라고 했어요. 아들이 효자라서 밥값을 내주고 싶었데요. 다 큰 아들이 엄마에게 주절주절 이야기 하는걸 보면서 효자아들이구나 생각이 들었데요. 두 모자를 지켜보면서 기분 좋게 식사 했다고 고맙다고 하면서 가셨어요” 사장님의 말을 듣고 TV에서 본 듯한 감동 이야기들이 나에게도 일어나는 구나 나도 똑같이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야겠다를 다짐한날도 있었다. 국밥집은 국밥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나오는 김치도 맛있다. 항상 매일 담그는 배추겉절이와 살짝 익어 더 맛있는 깍두기도 국밥의 맛을 더 좋게 한다. 두 번째 반찬부터는 셀프로 가져다 먹게 하는데 국밥을 먹으면서 너도 나도 반찬 그릇 들고 왔다 갔다 하는걸 보게 된다. 야채값이 비싼 장마철에는 반찬을 적게 먹자 이렇게 맘 먹었다가도 조절하는 게 쉽지가 않은 게 국밥집 겉절이더라. 남기는 건 용서가 안되는 게 이집의 겉절이이기도 하다. 원래 국밥을 먹을 때 다대기만 넣어서 먹던 아들도 이제는 깍두기 국물을 넣어서 국밥을 먹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야 너 국밥 덕후 다 되었다” 이야기 해줬더니 “엄마 이집 깍두기 국물이니까 여기 넣어 먹는 거예요 내입이 좀 까다롭잖아요. 깍두기가 맛없으면 안 넣어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국밥집을 3년 드나들며 아들은 국밥 덕후가 되었다. 찬바람 부는 요즘에는 저녁시간에 금방 자리가 차서 대기를 해야 한다. 그래도 국밥집 오는 손님들은 짜증 내지 않고 즐겁게 줄서기를 한다. 자리가 생겨 주인장이 콜을 하면 기다리는 손님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가게로 들어온다. 저마다의 이야기보따리를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잔으로 풀어내는 모습들이 정겨운 곳이 또한 국밥집이다. 진정한 애주가들은 국밥 대신 맛보기 순대와 맛보기 수육을 시켜서 먹는다. 신선한 수육과 순대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고기 손질하는 것이 가히 장인이라고 해도 될만큼 경지에 오른 분이라 입에서 진짜 살살 녹는다. 안주가 이리 좋으니 술이 달디 달겠지! 나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사장님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국밥집을 운영하였음 좋겠다. 아프지 말고 오래도록 손님들의 속을 따뜻한 국밥으로 채워주기를 그리고 여기에 오는 모든 손님들은 국밥 한 그릇으로 행복해지기를 꿈꿔본다. 오늘 저녁은 양지국밥으로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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