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의회(의장 박용운)가 대폭 삭감된 추경예산안을 최종 의결하면서 함양군이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함양군이 제출한 총괄 요구액 216억원 중 무려 26%에 달한 57억원을 삭감하는 등 전례 없는 대규모 예산 삭감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함양군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무리한 예산 삭감이 발생했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군민들이 받게 됐다는 입장이다. 함양군의회는 9월22일 오전에 열린 제2차 본회의를 통해 해당 규모의 올해 제2회 추경예산안을 확정 지었다.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정광석)는 요구액 88억원 중 16건의 사업비 17억원을 삭감했다. 10억원 규모의 특별교부세를 확보한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부터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운영지원, 청소년 방과후 활동지원, 관광자원개발준비단계 경비 등 청년복지와 문화관광을 중심으로 한 사업의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정광석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불요불급한 사업들이 많다고 판단했고 이월 문제로 해당 사업들은 내년도 예산에 책정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에 대해선 “그동안 새로 지은 건물 중 애물단지로 전락한 건물들이 많았다. 되도록 방치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공간 활용과 기능에 있어 청년들의 수요를 제대로 맞춰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양인호)는 요구액 128억원 중 산삼 휴양밸리 자연휴양림 조성사업 등 19건의 사업비 39억원을 삭감했다. 상임위별 대규모 예산 삭감이 이루어진 가운데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 산삼 휴양밸리 자연휴양림 조성사업, 축산분야 ICT 융복합 확산사업, 유기농 선도농가 가공유통지원 등 보조사업(국비, 도비, 특별교부세)들이 대거 전액 삭감됐다는 점에서 함양군은 공모사업 선정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양인호 위원장은 추경 심의 과정에서 감정이 개입되는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면 안된다며 무분별한 삭감을 요구하는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산이라는 것은 군의 살림 살이인데 예산을 볼모로 잡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개인의 감정이 개입되는 예산안 심사를 용인할 수 없다”며 “일부 군의원들이 신규 사업 예산 전액 삭감 요구 등을 제기한 것에 대해 함양군 공무원들과 군민들한테 죄송하게 생각한다. 더 나은 의회를 만들기 위해 저 자신부터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전했다. 단순 불요불급을 이유로 보조사업을 포함한 대거 사업들이 제동에 걸리면서 함양군은 앞으로 행정을 운영하는 데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박용운 함양군의회 의장과 김성진 함양군 행정국장의 설전, 포괄사업비 문제 등에서 비롯된 행정 길들이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대규모 예산 삭감과 관련해 함양군 관계자는 “예산 삭감에 대한 당위성 없이 오로지 불요불급이라는 이름만으로 역대 최고 추경 삭감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며 “함양군의회가 군민으로부터 물려받은 권력을 군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써야 하는데 공무원을 길들인다는 명분하에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군의원이 주장하는 소규모주민지원사업(포괄사업 등)의 직접 집행권한의 요구는 구태정치로 함양군에서 추진하는 청렴도 향상과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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