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 전 어렸을 때 보았던 광경이다. 지금은 전봇대 세우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깊은 산중에도 많은 전봇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적어도 1960년대만 해도 기계의 도움이 없이 사람들의 수작업으로 전봇대를 세웠던 것 같다. 인부들이 사방에서 누워있는 전봇대에 줄을 메 놓고 균형을 맞추어 조금씩 조금씩 일으켜 세워서 결국 전봇대를 수직으로 서도록 하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전봇대가 세워져 가는 그 중간 과정을 보면, 정반대의 방향에서 서로 줄을 잡아당기면서 세워가는 쪽의 줄은 좀 더 힘을 주어서 앞당기고 반대 방향에서는 조금 힘을 빼서 조금씩 조금씩 전봇대가 서가는 것이었다. 언뜻 서로 반대 방향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줄들이 협력해서 선을 이루어가는 소중한 균형과 조화였던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공산주의는 소망과 미래가 없다고 단정 짓는다. 왜냐하면 반대 방향에서 줄을 당겨주어 결국은 합력해서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오는 “반대 방향”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그와 같은 답답함을 느껴보곤 한다. 한 예로 정치적인 면을 생각해 보면 도무지 서로 간의 “반대 방향”을 이해해 주려 하거나, 존중해 주려 하거나 수용해 보려는 자세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당독재 국가가 아니라고 한다면, 여당 없이 야당만 있을 수 없고, 야당 없이 여당만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한 예로 미국을 생각해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의 노선이 분명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진보적인 민주당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보수적인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통령도 양 정당에서 골고루 배출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정말 정치적으로만 보면 선진국다운 면모라고 생각한다. 때로 우리는 어느 모임이든지 의견이 맞지 않으면 쉽게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단순히 상대가 말한 의견을 반대하는 것인데, 자신을 반대하며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나치게 해석하고 반응하기 일쑤이다. 그래서 정상적이고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모임들이 적지 않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예전 우리 선조들이 전봇대를 세워가는 광경이 그리워진다. 서로 반대쪽에서 잡아당기지만, 크게 보면 그게 바로 전봇대를 세워가는 과정이었음이…… 우리나라는 지금 여러 면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자랑스럽다. 그러나 이 땅의 정치를 생각해 보면 너무 부끄럽게 느껴지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왜 정치인들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후진국을 자초하는 것임을 알지 못할까? 또 이런 모습이 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며 발목 잡는 일임을 직시하지 못하는지…… 먼저 가까운 우리끼리라도 반목과 질시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나만 있지 않고 이웃이 있음을, 이웃 넘어 지역 사회가 있고, 지역 사회를 넘어 나라가 있고, 나라 너머에 열방이 있음을 기억하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하지 않았던가! 화평과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 너무 소중한 우리의 덕목임을 인식하자. 그러면 이 사회가 밝아지고, 나라가 밝아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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