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서, 내 돈 내 시간 쓰면서 하는 일이지만 “니가 좋아서 하는 거잖아”라고 말하면 정말 힘 빠지는 게 ‘봉사’다. 나는 아니지만 누군가는 하고 있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우리 주위에 많은 봉사자들은 시키지도 않은 그 일을 보상도 없이, 나대신 하고 있다. “하는 것 없이 바빠요”라는 이경희씨는 정말 하는 게 많다. 수동면주민자치회 사무국장, (사)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함양지회 사무국장을 비롯해 적십자봉사회, 생활개선회, 여성민방위, 여성의용소방대... 까지 소속되지 않은 단체가 없다. 여기저기, 이것저것 다한다고 하겠지만 손바닥만 한 시골에서 사람 가리고 나면 봉사활동을 할 만한 사람도 몇 없다. 젊은이는 돈 벌러 나가, 일하는 사람은 바빠, 그렇지 않으면 노인이다. “누군가는 해야 하고 그걸 내가 할 수 있으니 하는 거죠. 남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해야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회 활동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20여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총무 아니면 사무국장만 맡아 잔일을 해왔다. 함양군 수동에서 나고 자라 고향사람과 결혼하고 지금까지 이곳에 산다. 함양토박이, 함양지킴이다. 태생이 낙천적이고 웃음 많은 그녀지만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한다. 무엇이든 맡은 일이 있다면 대충하고 싶지 않다. “나는 최선을 다했을 때 결과도 좋다는 걸 알아요. 사람들은 한 두 번하고 최선을 다했다지만 그건 최선이 아니에요. 더 많이 시도하고 노력하고 수많은 시간을 들였을 때 최선이죠. 그런 최선의 의미를 알아가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고” 그런 노력으로 얻은 성과도 많다. 수동면주민자치회에서는 주민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제안서를 넣어 2억3천만원의 예산을 따내기도 했고 경남의용소방대 심폐소생술 강의경연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역 가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동분서주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도 하면서 크고 작은 행사장에서는 사회까지. 열정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그녀가 열심히 사는 이유는 “우리에겐 열심히 살아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란다. “출향인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싶으니까요. 타지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온 출향인들은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함양에 기부도 하고 후원도 하시잖아요. 나는 작은 사람이라 큰일은 할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여기, 고향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야 그분들이 고향을 외면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하고 하지 않겠어요?” 이경희씨는 고향에서 평생 살아서인지 함양에 대한 애정이나 욕심이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봉사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누구도 소외받거나 무시당하지 않고 부족한 게 있으면 도와주고 넘치는 것은 나눠주며 더불어 살 수 있는 곳 함양. “이건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봉사하는 사람 모두의 이야기에요. 알아주길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칭찬해 주면 어깨춤을 추면서 더 열심히 하죠. 내 일도 아니면서 나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헌신하는 봉사자들이 참 많아요” 가치 있는 일에 선뜻 손을 보탤 수 없었던 나와 달리 남다른 사명감을 안고 봉사하는 수많은 경희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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