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 반건시 가격을 정하는데 아들과 의견이 갈렸습니다. 일 년 이상 숙성시키고 공을 들인대봉 반건시인데 분이 떡고물처럼 두텁게 나고 분 색깔이 회색으로 변한 것도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곰팡이가 핀 것처럼 보이지만 발효과정에서 색깔만 바뀔 뿐 감칠맛이 납니다. 나는 일반 곶감보다 가격이 조금 높아야한다고 하고 아들은 못난이 가격에 팔자고 합니다. 아들은 아무리 맛이 좋아도 외모가 못생겨졌기 때문에 가격을 다 받으면 안 된다지만 나는 정성껏 만들었고 맛도 고급지기 때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수분이 많은 대봉감으로 만든 반건시는 숙성 초기에는 하얗게 분이 나지만 일 년 이상 숙성을 시키면 하얀 분이 떡고물처럼 엉기고 색깔이 회색으로 변합니다. 곶감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곰팡이가 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들의 생각도 맞습니다.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상품 판매를 미루고 있다가 일단 아들의 말대로 정가에서 40% 할인하여 SNS에 판매글을 올렸는데 주문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신상 개발을 목적으로 시험 생산한 것이라 한정 판매였습니다. 어쨌든 상품은 할인 덕인지 상품 설명이 잘 된 카피 때문인지 사흘 택배 포장하느라 바빴습니다. 아래는 대봉 반건시 상품 사진과 함께 올렸던 글입니다. “무유황 대봉 반건시 곶감이 365일 이상 숙성 발효가 되어 하얀 분이 떡분으로 엉기고 회색으로 변하면 과당과 포도당이 황금비율로 올라왔다는 신호! 이것은 진짜배기 곶감이 되었다는 신호! 이것은 곶감 마니아에게 소식을 전해도 좋다는 신호!” 곶감의 분은 감이 숙성되면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포도당과 과당인데 비율이 6:1일 때 단맛이 가장 많이 느껴집니다. 그냥 설탕처럼 달기만 한 것이 아니고 숙성이 잘된 꿀맛이 납니다. 그런데 위의 카피는 광고 전문가가 쓴 책에서 도움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다 팔아버리는 백 억짜리 카피대전> 이라는 제목처럼 두꺼운 큰 사전 같은 책인데 끌어당기고 설득하고 사로잡는 불후의 카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팔리는 카피작성 요령 100가지가 있다니 정말 솔깃합니다. 책 표지에 이렇게 매력적인 제목과 카피를 올려놓았으니 이 책부터 잘 팔릴 것 같네요. ‘팔리는 카피’의 본질을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는 시커멓게 숙성되어 구석으로 밀려난 바나나 사진과 함께 문제를 냅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렇게 검게 변한 바나나를 어떤 말로 판매할 것인가? 카피를 잘 쓰면 감쪽같이 잘 팔리는 상품으로 변하는데 제시한 모범 답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달콤한 바나나 케이크를 설탕 없이 만들 수 있어요! 검은 반점은 당도가 높아졌다는 신호! 바나나 케이크를 만드는 최고의 타이밍입니다. / 불면으로 고생하는 여러분께, 건강하게 숙면하는 비결을 알려드립니다. 완숙바나나에는 신경안정과 불면완화에 효과적인 비타민 B6와 세로토닌이 함유되어있습니다. / 완숙 바나나를 냄비에 넣기만 하면 하룻밤 숙성시킨 듯한 깊은 풍미를 가진 맛있는 카레를 만들 수 있어요. 양파를 갈색 빛이 날 때까지 힘들여 볶을 필요가 없습니다. /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의 변비를 간식으로 해소하는 방법. 식이 섬유 가득한 달고 맛있는 완숙바나나로 변비! 안녕~” 상품 판매를 쉽게 해주는 카피 작성이 어려운 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함양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카피의 본질은 원하는 사람에게 좋은 상품을 파는 기술이지 고객을 기만해서 안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기술은 아닙니다. 그래서 상품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