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도시를 떠난 적이 없던 커플, “자연을 만났다” 2006년 은행에 입사했던 김혜경씨는 2018년 지점장의 자리에서 미련 없이 퇴사를 결심했다. 30대 초반에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혜경씨는 자연을 만났다고 설명한다. “어느 순간부터 은행 직원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지가 않았어요. 어떤 집에 살고, 어떤 차를 타는 이야기. 그 대화 속에서 저는 너무 이질감이 들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재밌는 고민은 이번 주말은 어떤 자연을 보러 갈지, 어떤 꿈을 가지고 살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였거든요. 은행에 근무하면서 남을 돕는다는 성취감은 컸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미련없이 퇴사했어요”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며 혼자 어색한 기분을 느꼈다는 김혜경씨. 다른 삶의 대안에 대해서 늘 고민하던 김혜경씨는 원하던 요가강사 일을 하기 위해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렇게 2019년 요가강사 워크숍에서 지금의 남편 서지호씨를 만났다. 올해 각각 38, 39세인 서지호씨와 김혜경씨의 공통점은 바로 요가와 아웃도어다. 함께 산을 다니며 데이트를 했다는 부부. 특히 서지호씨는 산악강사 경력과 암벽등반 취미도 갖고 있다. 암벽등반 브랜드를 런칭하고 등산화 끈을 개발할 정도로 산에 진심인 서지호씨는 등산을 좋아했던 서지호씨의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산을 가까이했다. 그래서일까 부부의 귀촌 장소는 지리산자락이 됐다. 30대부터 활발하게 아웃도어 취미를 즐기게 된 혜경씨는 “지리산 스피드하이킹 대회에 참가하게 됐어요. 지리산 천왕봉까지 빠르게 다녀오는 대회인데 거기서 제가 2등을 한 거예요. 스스로 능력을 실감하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라며 그때부터 지리산을 좋아하게 되어 지리산을 많이 다녀갔다고 했다. 지리산에 정착하고 싶었던 지호씨는 지리산 자락이 펼쳐진 여러 지역 중 어디가 좋을지 아버지께 물어봤다. 그랬더니 지호씨의 아버지는 함양을 추천해 주었다고 했다. “아버지도 저도 함양에 연고도 아예 없어요. 그런데 그냥 함양에 왔어요” 결심하고 일주일 만에 짐을 다 정리하고 무작정 온 함양. 그 때가 서지호씨는 두 번째, 김혜경씨는 첫 번째 함양 방문이었다. 수도권에서 삶의 터전을 옮겨 본 적이 없었던 둘이지만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몸의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몸의 건강을 챙기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몸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라고 생각한 부부. 좋은 음식을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서지호씨가 2019년 서울에서 차렸던 요가문화공간 ‘무디타하우스’는 요가와 차, 명상과 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간이었다. ‘무디타하우스’를 운영할 때 아프거나 힘든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다. 요가와 명상을 통해서 몸의 건강을 다스렸지만 한계에 많이 부딪혔다. 결국 몸의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라고 생각한 서지호씨는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안고 지리산을 찾게 됐다. 김혜경씨 역시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개인적으로 취득한 자격만 해도 채식요리지도사, 사찰음식전문가, 전통장류제조사, 농식물발효전문가 등 다양하다. 먹거리를 소비하는 층이 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강한 음식을 소비하는 문화를 나누고 싶다는 부부. 함양군 농업기술센터의 체류형이 끝날 즈음 열린 함양군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진행한 노후 빈집 활용 공모사업에 채택되면서 지금의 한옥카페 ‘모우나’를 개업할 수 있게 됐다. 차와 문화, 건강한 먹거리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어진 모우나. 그렇기 때문에 파는 식음료도 엄격하게 고를 수밖에 없다. 부부가 모우나를 운영하며 철칙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서지호씨는 “서울에 계신 100세 할머니와 5살 제 조카가 먹지 못할 것은 팔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5일 단식을 하고서 6개월은 먹어보고 몸 건강에 이상이 없는 식음료를 선별해요. 우리가 다 먹어보고, 먹고 있고, 가족과 나눠 먹는 먹거리를 방문하는 손님에게 대접합니다. 그렇게 차와 다식을 마련했어요. 차는 다양한 장점이 많은 보이차 40여종. 다식의 경우에는 빵과 그릭요거트가 있어요. 그릭요거트에 들어가는 그래놀라는 저희가 직접 만듭니다. 빵은 우리밀 농사를 짓고 제분도 하고 그 밀가루로 빵까지 만드는 곳이 전국에 단 두 곳이 있어요. 그 중 한 곳에서 빵을 받아오고 있어요.”   이렇게 엄격하게 골랐는데 손님에게 아무렇게나 내어 드릴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 부부의 아침 루틴은 매일 6시에 일어나서 1시간 명상을 하고 건강하고 좋은 기운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가장 맑은 정신과 깨끗한 마음으로. 담는 용기도 친환경 생분해 용기를 사용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보니 보이차가 다소 멀리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주문해보면 차는 커피와 다르게 다회 물을 우려내기 때문에 같은 양을 생각하면 훨씬 저렴한 편이다. 수많은 차종을 두고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방문한 손님의 기분이나 그 날의 날씨에 따라서 서지호씨가 차를 권하는 나름의 맞춤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몫이 있잖아요. 저희는 단순히 돈 벌고 먹고 즐기는 것에 노력하고 싶지 않아요. 혜경씨는 장애인 아동복지단체에 기부한 것이 벌써 13년 째예요.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을 남에게 나누고자 하는 욕구가 있거든요. 저희가 모우나에서 나누고 싶은 것은 바른 먹거리문화 입니다” 그렇게 정착한 함양은?“나무가 뿌리를 내리려면 4년이 걸린대요. 식물도 4년이 걸리는데 사람이 정착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어요. 지역살이에 적응하고 필요한 공부를 하면서 지내고 있고 바쁜 와중에도 여유롭고 행복해요” 혜경씨는 어떤 재밌는 일로 채워갈지 항상 고민한다. 서지호·김혜경 부부는 함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이지만 벌써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함양에 살다 보니 함양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부부. 지역사회의 활성화를 위해 이번에 청년 상인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보다 많은 청년들이 서로 위로 삼아 힘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 결성한 청년 상인모임에 대해 서지호씨는 “함양을 터전으로 삼고 살면서 함양이 더 발전했으면, 그리고 그 발전에 우리가 작은 도움 보탤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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