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서하면 봉전리, 낯설고 물설은 서부 경남 작은 마을에 이사 온 지 이제 거의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인구 70명이 채 안 될 것 같은 이곳 봉전 마을에서 들었던 부고만 벌써 다섯 번이 넘어간다. 부고 외에는 더 이상 아기의 울음소리는 들을 수 없다는 현실을 되새기는 순간 이곳이 소멸도시임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 가족, 네 식구가 전입해 왔지만 작고하신 어르신들이 더 많으니 그야말로 마을의 인구는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작은 마을인데 점점 더 마을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소멸 도시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갑자기 영어 단어 ‘스몰’(small)이 ‘소멸’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재미있는 생각이 스쳐 간다. 마을이 ‘스몰’(small)해 질수록 ‘소멸화’가 더 앞당겨진다는 의미에서 ‘스몰’(small)과 ‘소멸’은 발음에서도 의미에서도 서로 닮아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한편 ‘작다’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스몰’(small)에는 ‘모든 것’을 뜻하는 ‘올’(all)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작은’(small) 것들이 하나하나 모였을 때 비로소 ‘모든’(all) 것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몰’(small)이 없이는 ‘올’(all)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의미이다. 즉 ‘작은’(small) 마을, 소멸 도시화로 진입하고 있는 봉전마을과 같은 곳이 없이는 함양도, 서부 경남도, 조국 대한민국도, 지구촌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무슨 말인가? 서부 경남의 작은 시골 벽촌, 봉전마을의 소멸이 곧 지구촌의 소멸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봉전마을이 없어진다는 것은 지구촌이 없어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반대로 말하면 봉전마을이 건강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지금의 지구촌이 건강하게 유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은’(small) 마을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가? 소멸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작은 마을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냥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봉전마을은 결코, ‘작은’(small) 마을이 아니다. 작지만 ‘모든’(all) 것을 품고 있는 고향 산천이요, 어머니의 품이다. 서부 경남을 품고, 조국 대한민국을 품고, 지구촌을 품고 있는 너른 가슴이다. 고향 떠난 이들의 아련한 추억을 담고, 어머니의 밥상을 담고 있다. 때문에 ‘작은’(small) 것은 소멸로 가는 이유가 아니라 ‘모든’(all) 것을 건강하게 지켜 내기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의 시작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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