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곶감 신상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부터 곶감농사를 같이 하고 있는 아들과 함께 개발했는데 정말 우연히 만들게 되었습니다. 부르기 쉽게 <1년 숙성 대봉 반건시>라는 평범한 상품명을 붙였지만 식감과 맛이 여태 우리가 알고 있던 달콤한 반건시와는 완전 다르답니다. 1년 전 감을 말리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였습니다. 새로 깎아 말리고 있는 대봉감이 아직 반건시가 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날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들과 같이 숙성중인 대봉을 한 개씩 먹어보았는데 뜻밖에 맛이 특별하게 좋아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이거 더 안 말려도 되겠네~ 반건시 보다 맛있네~” “아니 더 말리면 안 되겠다~바로 이거야~” 하며 아들이 제안했습니다. 일부를 따로 빼어 특별한 방법으로 신상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껍질이 상당히 두터워졌지만 그 때는 껍질도 아주 얇고 속은 거의 홍시 상태여서 상당 기간 더 말려야 반건시로 포장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그대로 맛이 너무 좋고 더 말리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스무 접(2,000개)을 따로 특별한 방법으로 일년간 숙성만 시켰습니다. 그리고 일 년 뒤 지금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겁니다. 스무 접중 열 접 정도는 작가(?)의 의도대로 향기롭고 아름다운 <1년 숙성 대봉 반건시>가 되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떡분이 나고 흑곶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얀 떡분이 발효가 되면서 회색으로 변색이 되어 일반 소비자가 보기에는 곰팡이가 핀 것처럼 미워 보입니다. 곶감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나 일부 마니아들은 이것이 곰팡이나 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오히려 맛이 특별하게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서 먹기도 하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다가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쨌든 새로운 상품이 나와서 소비자의 평가를 받기위해 여기 저기 시식용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시험 생산으로 스무 접 정도만 만들어 본 것인 데다 절반의 성공이기 때문에 판매할 물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냥 친지들에게 설 선물로 돌려도 될 정도밖에 안 되지만 내년에는 좀 더 만들어볼까 합니다. 그리고 절반의 실패 원인은 파악이 되었으니 일 년 뒤에는 9할 이상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리는 장비 빨이라고 하는데 곶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설이 잘 된 농가에서 좋은 곶감이 만들어집니다. 얼마 전 새로 지은 급냉 창고가 대봉곶감의 하얀 분이 변색이 되지 않게 해줄 것입니다. 오랜 세월 곶감을 만들다보니 곶감의 맛은 건조가 아닌 숙성이 좌우하는 것임을 알겠습니다. 그리고 숙성을 잘 시키려면 설비도 좋아야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이 도와줘야합니다. 올 겨울추위는 곶감 말리고 숙성시키기에 맞춤이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일하는데 힘은 들었지만 덕분에 곶감은 그만큼 맛이 잘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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