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함양의 도하 비건베이커리 이젠 함양군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에게 도하 비건베이커리가 알려지고 있다. 성공한 청년귀촌사례로 매번 소개가 되는 도하 비건베이커리. 그 성공을 이끈 함양의 청년 김다솜씨를 만났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도시 생활이 정말 막막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도 집도 못 구하고, 차도 못 사고, 아이도 못 낳을 것 같다는 막막함이요. 제 주변 친구들도 도시생활로 우울증을 겪었거든요. 학업이나 취업 스트레스. 취업 준비만 3년을 했어도 월 급여가 200만원이 안 되는 현실 등등. 이렇게 힘겹게 치이면서 도시에서 살 바에는 시골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함양에는 부모님이 먼저 귀촌을 하셨기 때문에 올 수 있었어요. 부모님은 귀촌 장소를 정할 때 사람이 없고 고압전선이 없으며 지리산자락의 산속이었으면 좋겠다고 기준을 정하셨대요. 그 기준에 맞는 곳을 찾다보니 함양으로 오게 됐어요” 김다솜씨가 말하는 좋아하는 일은 제빵, 의미있는 일은 비건이었다. 열심히 제빵 기술을 익히고 비건을 공부했고 그렇게 함양에 도하 비건베이커리를 만들게 되었다. 도하에서 만드는 빵은 비건쌀빵이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든 도하의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아기들이 먹는 첫 빵으로 도하의 빵을 주문하는 분들이 제법 많으세요. 누군가의 첫 빵을 만든다는 것은 매번 행복하고 뿌듯한 일이에요” 도하 비건베이커리가 성공했냐고 묻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머뭇거리던 김다솜씨도 도하 비건베이커리가 성공한 청년 귀촌사례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고민없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도하 비건베이커리는 시골에서 영업을 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모두 갖고 있거든요. 지리산자락에서 난 좋은 재료를 쓸 수 있어요. 또 재료의 생산자를 명확하게 알 수 있고요. 생산자와 산지직송으로 직접 거래를 할 수 있으면서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단가도 싸요. 그리고 도심과 떨어진 산에서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예요”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 김다솜씨는 큰 결심을 하고 귀촌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따라 왔다. 하지만 2년차 함양군민 김다솜씨는 처음과 다른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함양에서 터전을 잡고 활동을 하다보니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커졌어요. 내가 함양에서 얻은 것을 더 많이 나누고 싶어요. 이 지역에 애착이 생기고 지역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평범하게 지내던 김다솜씨가 지역을 위해 행동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이하 이소)와 농촌유토피아대학원 활동이다. “함양 와서 부족하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귀농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는 많은데 귀촌인을 위한 단체가 없다는 거였어요. 귀촌을 하고서 만날 사람도 없고 연고도 없으니 귀촌 우울이 찾아왔어요. 이소는 그런 마음을 해소하고 싶어서 시작한 단체입니다” 김다솜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소를 만들었지만 반년동안 운영을 하다 보니 보람을 느끼고 있다. 곳곳에 단절된 채 만날 사람이 없어서 귀촌 우울을 경험했다는 귀촌 청년들은 이소를 만나고 활력을 느낀다고 한다. 귀촌 우울은 김다솜씨만 느낀 감정이 아닌 것이다. “우울을 해소하는 것은 진짜 간단한 일이잖아요. 사람을 만나서 이해를 하고 공감과 위로를 하면 우울이 쌓이지 않고 금방 해소가 될 일인데! 함양에 있는 청년들에게 이소가 그런 단체가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해요. 시골에서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건 청년끼리의 다양한 이야기나 가치를 나누고 교류를 하는 단체라고 느꼈어요. 함양에서 자란 청년들은 단체가 없어도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만 함양에 귀촌을 한 청년들은 그게 어렵거든요. 이렇게 모여서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나눠보면 깊은 생각을 갖고 시골에서 사는 멋진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농촌유토피아대학원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함양에 본부를 두고 있는 농촌유토피아연구소의 교육과정이다. 도하에 방문한 농촌유토피아연구소의 장원 소장이 가입제의를 했고 가입하게 되었다.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등록금도 캠퍼스도 수업도 없다. 오히려 학교를 다니며 돈을 받는다. 어디에도 없는 이 학교는 각 지역의 석박사, 영화감독, 농부, 요가강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구성되어있으며 학우들끼리 교학상장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매달 전국에서 성공한 시골의 사례를 탐방하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군 단위 7곳에 일자리와 주거공간, 문화시설을 포함한 선도마을을 계획하고 있다. 김다솜씨의 꿈도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을 다니며 생겼다. 나만의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귀촌을 하거나 꿈이 있는 청년들이 모여 비건, 동물복지, 기후위기, 환경, 제로웨이스트 등 지속가능발전과 상생을 위한 가치와 신념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주거공간, 일자리에 대한 문제도 해결하고 마을 구성원끼리 문화생활 환경도 만들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꿈이 생기니까 나아가는 게 재밌어요” 청년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소   그래서 시골의 삶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질문에 김다솜씨는 주저않고 대답했다.   “내가 시골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시골의 삶은 도시에서 사는 것과 달라요. 도시만큼 일자리도 없고 도시만큼 주거공간을 쉽게 구할 수도 없어요. 다양한 문제가 행정주도로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시골에서 스스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어떤 삶을 살아도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도시의 삶이 어렵고 시골의 삶이 쉬운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단지 삶의 종류가 다른 거예요. 노력 없이 살 수 있는 곳은 없어요” 전국적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착에 실패하는 사례도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 고민이 없이 쉽게 귀촌을 결정했다는 것도 주된 문제 중 하나겠지만 그런 인구가 고민을 이야기하고 의지할 수 있는 바탕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다. 모두가 알겠지만 문제를 느끼고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시골 곳곳에 김다솜씨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정착에 실패하는 인구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