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아픔의 교집합을 의미하는 빈집·폐교 문제는 지방에서는 더 이상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다. 특히나 인구 감소 위험에 노출된 소규모 군단위 농어촌 지역일수록 그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하다. 함양군의 현재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도권 밖에 있는 모든 지자체들이 이 골칫거리 빈 공간을 유의미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성공적인 사례도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함양군 또한 다른 사업과 연계하는 방식 등 관련 문제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인구 감소라는 파장으로 늘어난 빈집·폐교인 만큼 지방 인구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현재로 봤을 때 빈 공간이 지역에 차지하는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주간함양은 방치돼 왔던 빈집·폐교를 활용함으로써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현장들을 직접 방문해 변화의 과정을 들어보고 그 다양한 특색들을 탐색하면서 재활용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1. 우리 지역에 남아있는 빈집·폐교2. 주민 모두가 예술인이 되는 공간 ‘문화아지트 빨래터’3. 빈집 활용으로 활기를 되찾은 ‘죽리마을’4. 폐교에서 특별한 공간으로 ‘오월학교’. ‘후용공연예술센터’ 폐교에서 특별한 공간으로 ‘오월학교’. ‘후용공연예술센터’ 강원도는 전국에서 폐교가 많은 지역 중 하나로 조사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강원도의 폐교는 454곳으로 전남(883), 경북(732), 경남(582)에 이어 4번째로 많은 폐교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년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이 흐름은 앞서 밝힌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폐교 처리 여부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해 눈길을 끌고 있는 강원도내 폐교활용 현장을 방문했다.깊은 산속 복합문화공간 ‘오월학교’강원도 춘천시 서면 깊은 산속에 숨어있는 ‘오월학교’는 서정적인 느낌의 카페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82년 폐교된 분교를 개조해 만든 학교 특유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공간으로 주목을 받아 많은 이들이 멀리서 찾아온다. 카페뿐만 아니라 레스토랑부터 숙박, 목공 체험장까지 갖추고 있는 오월학교. 내부공간, 외부공간 모두 기존의 학교의 모습들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이에 오월학교는 어린이들에게는 친숙함을 성인들에게는 어린 날의 향수를 선사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월학교는 1969년 개교한 지암초등학교 가덕분교장이 있던 자리다. 82년 폐교 이후 소유 주체인 춘천 중앙교회에서 여름 성경학교와 같은 용도로 쓰이다 한동안 방치되었고 결국에는 군부대 훈련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지금의 오월학교 기능의 공간을 기획하고 장소를 찾고 있던 가구 브랜드 비플러스앰이 폐교를 사들이고 리모델링 작업을 펼치면서 오월학교가 탄생했고 현재 춘천의 또 다른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최상희 기획실장은 “이 공간이 아주 오래전부터 매물로 나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심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비록 길은 멀지만 주변 자연풍경이 화려한 점 등을 고려해 이 공간으로 들어오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라는 느낌을 방문객들이 받게끔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더불어 기획에 있어 학교는 모든 세대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중요했다”고 전했다.폐교에서 문화예술 매개공간으로 ‘후용공연예술센터’강원도 원주시 문악읍 후용리에 자리잡은 예술창작촌인 ‘후용공연예술센터’는 2001년 개관해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서울에서 연극인으로 활동하던 극단 노뜰 원영오 대표가 2000년에 폐교된 원주 후용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면서 새롭게 탈바꿈 시킨 것이다. 후용공연예술센터는 120석 규모의 소극장인 교실극장과 2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 그리고 40여명이 체류할 수 있는 숙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극·영화·음악·국악 공연 등을 비롯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국내외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 가족들을 위한 연극 캠프, 예술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등을 운영해오면서 시골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는 극단 노뜰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국내외 예술가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과 공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 할머니 중창단을 구성하는 등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생활친화적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 문화관광부 주관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든 단체에 수여하는 두레나눔상을 받은 바도 있다. 오래전 연극 그룹의 활동 공간을 찾다 우연히 지금 위치의 폐교를 발견했다는 원영오 대표. 그는 폐교를 선택한 이유로 학교라는 공간이다 보니 기본적인 하드웨어가 갖춰져 있다는 점과 폐교와 정서적 연광성이 있는 이웃 마을 주민과의 신뢰 관계 형성이 쉽다는 점을 먼저 꼽았다. 원 대표는 “대부분의 폐교는 지역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오래된 학교마다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스토리가 있다. 마을 주민 중에서는 이 학교의 졸업생도 있고 해서 마을에서 이 학교가 갖고 있는 의미는 상당하다”며 “본인들이 애정을 갖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웃 마을 주민들과의 신뢰 관계의 출발 지점이 아주 유리하다”고 말했다. 창작자들이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관객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원 대표는 “이런 정도의 공간 하드웨어는 도심에서는 절대 구할 수가 없다. 비용적인 면에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하다. 무엇보다 예술가들에 있어서는 주변으로부터 별로 부딪힐 것도 없고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 대표는 폐교를 활용하는 데 있어 앞서 밝혔듯이 마을 인근 주민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원 대표는 “폐교에 들어가시거나 매입해서 가시는 분들 중 재력이나 지식에 있어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다. 그렇지만 대부분 시골에서 이웃들이 불편해하기 시작하면 사실 고립되는 것이고 결국 예술가라고 하는 것이 사회와 고립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며 “무슨 전략이나 그런 차원이 아닌 마을 주민과 일상이나 여러 면에 있어 함께 호흡하면서 수평적인 관계를 이루고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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