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길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있어. 그래야 내가 가야 할 길이 선명하게 보일 테니까“그는 시인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시를 쓰는 시간보다 가계부 쓰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생업을 이어가는 동안 책과 멀어지고 꿈꾸는 게 피곤했고 작은 일에 감동하는 일도 드물어졌다. 너나없이 다들 그렇게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위안하며 살았다. 정착하기 위해 스스로 날개를 떼어내는 것이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현실이 알려주는 표지판을 열심히 따라가다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표류하고 있었음을. 『리셋하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무뎌진 삶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히말라야를 택했던 한 사람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험한 운동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연약한 중년이 무모한 도전에 나서며 체력을 단련하는 과정,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길을 걸으며 겪는 고난의 여정, 시인의 정갈한 언어가 포착한 대자연의 장엄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박하고 신성한 삶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는 시인이 담아낸 풍경들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그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인이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주는 공감과 그 길의 끝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가 전하는 진한 감동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잃고, 그 공백을 메우느라 많은 것으로 채우면서도 공허함이 점점 커진다면 시인과 함께 그 길을 걸어보라. 신들의 산책로라 불리는 그 길 위에서 오래토록 당신을 기다려온 ‘나’를 만날 것이다. 양선희 작가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계간 문예지 『문학과 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봄날에 연애』․『그 인연에 울다』․『일기를 구기다』가 있고, 장편 소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를 발표했다. 『엄마 냄새』․『힐링 커피』․『커피 비경』 등의 에세이를 펴냈으며, 이명세 감독과 영화 <첫사랑>의 각본을 공통 집필했다. 토픽이미지스의 스톡 작가와 구름감상협회(The Cloud Appreciation Society)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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