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한 산촌 활성화와 산촌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지난 1995년부터 산림청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빛을 잃어가고 있다. 2010년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산촌마을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에는 현재 300여개가 넘는 산촌생태마을이 조성돼 있다. 함양군에도 휴천면 송전마을을 비롯해 4개의 산촌생태마을이 운영되고 있으나 전문인력 및 운영비 부족 등으로 활성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에 본지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산촌생태마을 중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는 산촌마을을 소개함으로써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1. 프롤로그(산촌생태마을 현주소)2. 춘천 양동산촌생태마을3. 양평 명달리산촌생태마을4. 제천 오미리산촌생태마을5. 문경 궁터산촌생태마을6. 진안 지사산촌생태마을7. 에필로그(산촌생태마을 활성화 방안) 전국 300여곳 산재…홀로서기 ‘산 넘어 산’ 산촌마을은 `산간오지에 위치한 촌락` 또는 `산림이 많은 지역` 등으로 이해되거나 도시 또는 농촌과 구별되는 단순한 지역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혹은 농촌의 연장선상에서 산촌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산촌은 공간적 위치, 사회·경제적 조건, 인구 등에 있어 일반 농촌지역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산촌은 산림에 둘러싸인 촌락으로 임야의 점유비율이 높고 소득이 낮은 지역이 대부분이다. 지리적 특성상 생활환경 및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인구분포 또한 적은 지역이다.전체의 27%가 부실 운영지난 1995년부터 산림청이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에 조성한 산촌생태마을은 312곳이다. 그러나 지난해 산림청 자체조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전체 산촌생태마을 중 27%가 부실 운영되거나 아예 문을 닫고 운영조차 못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산촌생태마을이 자립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적자운영에 따른 주민간 불화와 갈등의 요소로 번질 우려마저 높은 실정이다. 당국에서는 산촌생태마을 컨설팅 지원과 교육 등을 통해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나라 산촌생태마을 조성현황을 보면 강원도가 76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전북 49곳, 경북 35곳, 충북 31곳 순이다. 전남 24곳, 경기 21곳, 경남 20곳이며 충남이 16곳으로 가장 적다.산림청의 산촌휴양증진 사업예산은 지난 2011년 100억원을 돌파한 뒤 해마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3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예산 투입에 비해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숙박형 휴양관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만한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산촌마을 활성화사업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함양군은 전체 면적의 78%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함양군에는 2007년 휴천면 송전산촌체험마을을 시작으로 마평·창원·추성산촌생태마을 등 모두 4곳의 산촌마을이 조성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운영비 부족과 전문 인력 유치 애로, 체험 프로그램 미비 등으로 운영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송전마을 등 함양군내 4곳 운영산촌생태마을 함양군 1호인 송전산촌생태마을은 휴천면 송전리에 위치해 있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마을 앞으로는 엄천강이 흐른다. 지리산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비경을 이뤄 예부터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는 엄천강의 용유담이 지척이다. 지리산둘레길 4구간(금계~동강) 중간쯤으로 엄천강을 건너는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산속의 섬과 같은 산간마을이었다.송전마을은 지난 2005년부터 3년 동안 14억8000만원을 들여 휴양관 및 임산물소득기반센터 등을 갖춰 2007년 2월 산촌생태마을 운영에 들어갔다. 휴양관은 8평에서 20평까지 모두 8실이 완비돼 있다.병곡면 광평리 마평산촌생태마을은 1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09년말 조성을 완료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평산촌생태마을 역시 8실의 휴양관을 운영하고 있다. 2020세계산삼항노화엑스포 배후시설인 대봉산 산삼휴양밸리 초입에 위치해 있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마천이나 휴천지역 산촌생태마을에 비해 환경적 입지는 다소 부적합해 보이지만 함양읍 상림과 지곡 개평한옥마을 등이 반경 4㎞이내에 위치해 주변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함양읍 구룡리에서 지안재와 오도재를 넘어 지리산 제1문을 통과한 뒤 내리막길을 한참 달리다 보면 마천면 창원리 창원산촌생태마을이 나온다. 산촌생태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마을안길을 따라 곳곳에 설치돼 있다. 다소 좁은 골목길이어서 승용차가 아니 대형 버스의 출입은 쉽지 않다. 창원생태마을은 14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1년 6월 문을 열었다.제1체험관은 출입문을 달리한 각각의 독립된 구조로 배치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고 제2체험관은 복도식 구조로 단체 이용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창원산촌생태마을은 모두 14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2011년 6월 문을 열었다. 창원산촌생태마을은 금계마을로 이어지는 지리산둘레길과 다랭이논이 산촌의 정취를 더한다.마천면 추성리 추성산촌생태마을은 지난 2012년 9월 14억원의 예산을 들여 함양군 네 번째 산촌마을로 단장됐다. 연면적 626.4㎡ 3층 규모로 문을 연 추성산촌생태마을은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유명한 칠선계곡을 끼고 있다.마을마다 12~14억원 투입이들 함양군내 산촌생태마을도 다른 지역 산촌생태마을과 같이 숙박시설을 포함,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에 마을마다 12억원에서 14억원이 투입됐다. 함양군내 4개 산촌생태마을은 총 54억여원의 사업비로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순차적으로 조성됐다. 사업비의 70%는 국비로, 나머지 30%(도비 9%, 군비 21%)는 지방비로 충당했다.산림청은 생태체험마을 준공 후 전문인력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10년 동안 운영에 필요한 매니저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인건비 지원금이 월 140만원에 불과한데다 이마저 연간 10개월만 지원돼 전문인력을 채용하기란 불가능한 형편이다.더욱이 겨울철에는 방문객이 거의 없고 운영인력도 제대로 배치되지 않아 산촌생태마을의 주 수입원인 숙박시설을 운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근 지역에 펜션 등 숙박시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더욱 가속화해 산촌생태마을 조성 취지에 맞게 특색 있는 체험프로그램 개발 및 홍보 강화 등 차별화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다.성수기만 ‘빤짝’ 비수기 ‘개점휴업’본지 취재팀이 지난 1월 관내 4개 산촌생태마을 현장 취재한 바 있다. 당시 4곳 중 3곳은 아예 휴양관 문을 잠근 채 지난해 말부터 운영을 하지 않았고 마평산촌생태마을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함양읍과 인접한 병곡면 마평마을은 동계훈련 참가팀이 숙소로 이용해 며칠 동안 임시로 문을 연 뒤 뒷정리 중이었다.마천면 창원마을의 경우 다른 산촌생태마을과 마찬가지로 방문객들이 없어 매년 12월1일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3개월은 공식적으로 휴업하고 있다.이 마을에서 매니저를 맡았던 A씨는 “여름 한철과 가정의 달인 5월 열흘정도는 손님이 있지만 다른 때는 거의 이용객이 없다”며 “현재 산촌마을 형태로는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인근 추성산촌생태마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도 개점휴업상태기는 마찬가지다. 추성마을 매니저는 “단체가 아닌 개인 숙박객 몇 사람을 위해 시설을 가동하면 오히려 전기료 등 부대비용이 더 들어 겨울철에는 단체 예약손님이 아니면 체험관을 운영할 수 없다”면서 “휴양관 운영으로 적자가 나면 오히려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차라리 휴관하는 것이 이익이다”고 했다. 전문가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휴천면 송전산촌생태마을의 경우 당초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그나마 연간 2000~3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송전마을의 경우 생태마을이 조성된 지 10년이 넘어 매니저 인건비 지원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돼 사무장 인건비를 지원받고 부족한 금액은 자체 수익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이 마을기업 관계자는 “많은 인건비를 지출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설령 많은 인건비를 책정해 전문가를 채용하려 해도 시골에서 산촌생태마을 운영에 적합한 전문가를 찾기란 어려운 형편이다”며 “사후관리 대책 없이 추진한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이들 산촌생태마을은 마을기업 형태로 부지는 마을에서 제공하고 숙박 및 체험시설 등 조성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전액 국고를 지원했다. 조성된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은 10년 동안 지자체에서 보유하다가 이후 마을기업으로 완전히 넘기게 된다.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 이관되기 전에도 운영권은 해당 마을기업에서 갖고 있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함양군 관계자는 “산촌생태마을 활성화를 위해 군과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 관계 기관에서도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마을들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산촌마을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산촌체험마을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최경인·정세윤·박민국 기자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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