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1회 함양군 공공도서관의 현주소2회 최초의 군립도서관을 세운 옥천군3회 순창군립도서관을 찾아서4회 다케오도서관, 지방 작은 마을을 살리다5회 함양 제2의 공공도서관은 어떻게?
공공도서관의 혁신 지역을 바꾸다
본지는 옥천군과 순창군 군립도서관을 통해 자치단체의 공공도서관 운영 실태를 2회에 걸쳐 보도했다. 이번호에서는 해외 사례를 통해 공공도서관의 현황과 변화 현장을 찾아보고자한다. 지역 공공도서관 혁신 사례로 꼽히는 일본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 시립도서관을 지난 6월 3일 방문했다. 다케오에서 만난 도서관의 미래인구 5만의 소도시 다케오시는 후쿠오카 국제공항에서 일본철도JR를 이용해 80여 분만에 갈 수 있고 시립도서관은 역에서 내려 10여 분만에 도착 할 수 있다. 3000년 된 녹나무를 신으로 모신 다케오신사가 도서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도서관 맞은편은 대형쇼핑센터가 자리해 관광지와 주민편의시설 사이에 도서관이 위치해 있는 형국이다. 2013년 4월1일 재개관한 다케오시도서관 역사자료관은 곡선형 건물로 햇살 채광이 잘 들게 유리창이 윗면과 옆면을 감싸고 있다. 다케오시에서 직영하던 도서관은 재개관과 함께 민간에 위탁된 공공도서관이다. 다케오도서관의 변화와 혁신은 컬쳐컨비니언스클럽(이하 CCC)을 운영하며 시작됐다. 가장 먼저 도서관은 관장실을 없앴다. 서고의 공간변화를 이끌고 좌석도 187석에서 279석으로 늘렸다. 도서 자료도 21만 여점을 확충했다. 이와 함께 운영시간도 파격적으로 늘렸다. 기존 10시에서 18까지의 운영시간을 9시에서 21시로 연장했다. 거기에 연간 34일로 지정한 휴관일을 없애고 연중무휴로 365일 도서관을 개방했다. CCC는 한발 더 나아가 도서관에 츠타야 서점을 입점 시키고 세계적인 커피판매점도 유치했다. 숲 속의 도서관을 내세우며 도서관 외관과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독서 이외의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일부에선 도서관을 상업시설처럼 운영한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지만 CCC측은 도서관 재개관후 이용객이 3.6배 증가하고 연간 100만 여명이 방문한다고 밝혔다. 다케오도서관 혁신 출발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기존 도서관 개념을 뛰어 넘는 변신은 ‘도서관에 끊어진 발길을 되돌릴 방법과 방문한 이용객이 도서관에 머무르게 하는 방안’에서 해답을 찾았다.새로운 문화복합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다케오시도서관엔 ‘정숙’의 고정관념을 깬 음악소리가 항시 흘러나오고 있었다.낮엔 관광객 저녁엔 지역민다케오도서관 현관을 지나면 유명 커피점이 자리해 있다. 또 바로 책장과 매대에는 신간 서적과 잡지를 팔고 있고 도서관 안내 부스를 지나면 기념품과 문구류를 판매하는 매대가 이용객 손길을 기다린다. 다케오도서관의 공식 책자인 가이드북은 500엔, 도서관의 역사와 상징이 담긴 기념 수건, 책가방, 그리고 기념 과자까지 수익성 사업 품목이 진열돼 있다.1층 개방형 서고를 지나면 음악과 DVD 감상실, 전시실 그리고 2층 서고가 있다. 1층과 2층의 전망 좋은 자리에 테이블을 배치해 독서 맛에 깊이를 더했다. 오전 11시쯤에는 지역민보다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현관을 나오며 입구에서 만난 이용객은 지역주민이 아니었다.후쿠오카 하카타에서 아들과 함께 왔다는 히로코(ひろこ‧36)씨는 “다케오도서관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이용한다. 책도 반납하고 빌리지만 무엇보다 다케오도서관 옆에 있는 어린이도서관도 잘 꾸며져 있어 아이와 함께 보내기에는 너무 좋은 장소다”라며 “다케오도서관은 다케오시민 뿐만 아니라 전 일본 국민이 책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다케오도서관 오는 날은 기차타고 여행 오는 날이죠. 그래서 더욱 특별한 것 같다”라고 다케오도서관 방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케오시도서관 옆에 위치한 어린이도서관도 연간 이용객 100만 여명을 찾게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이와 함께 어린이도서관을 향하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도서관을 찾는다고 귀띔해주는 노부타슈토(信太秀斗‧40) CCC 직원은 “낮에는 주로 관광객과 젊은 주부와 아이들이 주를 이루고 일과를 마친 오후 5시 이후에는 학생과 지역민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한다.저녁 방문을 위해 도서관을 나설 때 관광코스로 다케오도서관을 선택한 강정이(경기 김포)‧김희선(디자이너) 모녀를 주차장에서 만났다.김희선 씨는 “디엠디파트먼트(일본 특산품을 소개하는 잡지)의 관광코스를 참조해 여행 계획을 세웠고 도자기 마을인 아리타를 거쳐 다케오도서관에 왔다”며 “도서관에 출입문과 화장실 문을 제외하고 문이 없는 것, 대화를 나누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실내 인테리어와 편의 시설이 이용객 위주로 되었다는 점들이 너무 인상적이다”라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함께 한 어머니 강정이씨는 “사실 제가 사는 김포에도 도서관이 복합문화시설로 잘 갖추어져 있다. 교양 강좌, 인문학 강좌도 하고 있어 이곳 다케오도서관 못지않게 잘 갖추어 졌는데 시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지역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들리는 이곳 도서관 시설도 약간 부럽다”고 방문 소감을 덧붙였다.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한 도서관다케오도서관 오후 풍경을 보기위해 7시에 다시 찾았다. 1층 서고 앞 테이블에선 지역 주민 11명이 심리학에 관한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도서관에 마련된 40인치 모니터에 PPT를 띄워 놓고 서로 열린 대화를 이어 갔다. 1층과 2층 서고 앞 테이블은 교복 입은 남녀 학생들이 삼삼오오 교과서와 자습서를 펴 놓고 학교 공부를 보충하고 있다. 2층 전망 좋은 테이블에는 스마트 폰에 이어폰을 꽂은 청년들이 잡지를 펴 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오전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다케오도서관 전체에서는 은은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케오도서관은 원칙적으로 실내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로 두 군데 1층과 2층 포토존을 운영한다. 기자가 사진을 찍으며 후레쉬를 터트리자 CCC 직원 카타야마아이코(片山愛子)씨가 다가왔다.그에 따르면 요즘 다케오도서관엔 1일 평균 약 800여 명이 방문하고 주말에는 1500여 명이 방문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다케오도서관에 15명 직원이 교대 근무로 운영 중이라고 했다. 특히 카타야마 씨는 “다케오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지만 우리는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은 아니다. 저희는 츠타야그룹 소속으로 어느 민간 기업보다도 열심히 고객 만족을 위해 일한다.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사랑을 받아야 저희 다케오도서관도 더 발전 할 수 있다”라며 혹 취재를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고는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친절을 베푼다.직원 노부타슈토씨와 기념 사진을 찍고 도서관 문을 다시 나섰다.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 8시 30분 다케오도서관 유리창을 통해 해 맑게 웃으며 토론하고 책을 읽는 다케오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다케오도서관의 저녁은 지역민과 함께 깊어갔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