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가난한 집안도 깨끗하게 땅을 쓸고 가난한 여인도 깨끗하게 머리를 빗으면 모습이 비록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않다하더라도 기품은 저절로 풍아(風雅)하리라. 선비가 한 번 곤궁함과 쓸쓸함을 당하였다고 해서 어찌 문득 스스로 포기하고 헤이해질 수 있으랴.<원문原文>貧家(빈가)도 淨拂地(정불지)하고 貧女(빈녀)도 淨梳頭(정소두)하면 景色(경색)은 雖不艶麗(수불염려)나 氣度(기도)는 自是風雅(자시풍아)니라. 士君子(사군자)는 一當窮愁寥落(일당궁수료락)이나 奈何輒自廢弛裁(내하첩자폐이재)리오 <해의解義>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집이라도 깨끗이 슬고 청소하면 비록 고대왕실의 화려한 아름다움은 없을지라도 그런대로 멋스럽고 아담한 풍취를 이룰 것이다. 아무리 지닌 것 없는 가난한 여인이라도 깨끗이 머리빗고 단정하게 꾸미면 비록 부귀한 집안의 여인같은 요염한 아름다움은 없어도 나름대로 청초하고 우아한 기품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문을 닦고 인격을 수양하는 선비가 일시적으로 곤란을 겪고 쓸쓸한 지경을 당하여 세상에서 잊혀져 가난하게 살고 있더라도 어찌 그로인하여 실망하고 스스로 자포자기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가난할수록 더욱 굳건한 심지를 지니고 자신의 도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진실로 인격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註>拂地(불지) : 땅을 쓸다, 청소. 梳頭(소두) : 머리를 빗음. 소(梳)는 빗. 景色(경색) : 풍경과 빛깔, 모습이나 경치. 艶麗(염려) : 요염하고 화려함. 氣度(기도) : 기품. 風雅(풍아) : 멋스럽고 우아함. 窮愁(궁수) : 곤궁한 슬픔, 운수가 막혀서 근심스러운 것. 寥落(요락) : 쓸쓸한 지경에 떨어짐, 적막한 지경을 당함. 奈何(내하) : 어찌 ~할 수 있으랴. 輒(첩) : 문득. 행(解弛) : 뜻을 잃고 늘어짐. 자포자기하고 해이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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