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장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가도 기러기가 가고나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겨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다가오면 비로소 마음에 나타나고 일이 지나가고 나면 마음도 따라 비게 되느니라. <원문原文>風來疎竹(풍래소죽)에 風過而竹不留聲(풍과이죽불류성)하고 雁度寒潭(안도한담)에 雁去而潭不留影(안거이담불류영)이니라. 故(고)로 君子(군자)는 事來而心始現(사래이심시현)하고 事去而心隨空(사거이심수공)이니라. <해의解義>바람이 대나무 숲에 불어오면 대숲은 쏴아하고 바스락거리며 소란해진다. 그러나 일단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은 다시 고요해져서 아무런 소리도 남지 않는다. 깊고 맑은 연못 위로 기러기가 지나가면 연못에는 기러기의 그림자가 생긴다. 그러나 지나가고 나면 연못은 다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군자는 자연을 관찰하여 마음에 깨닫고 그것을 인생에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마음도 이와 같다. 일이 생기면 이를 해결할 마음을 나타내지만 일이 지나가고 나면 이내 깨끗이 잊어버린다. 부귀와 영화가 찾아오면 물리치지 않고 순리대로 받아들이며 물러가도 이에 집착하지 않고 깨끗이 잊어버린다. 외물에 유혹되지 않으니 집착이 없어지고 욕심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오면 맞이하고 가면 말리지 않아 조금도 사물에 얽매이지 않으니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주註>疎竹(소죽) : 듬성듬성하게 난 대나무숲. 不留(불류) : 머물러 두지 않음, 남지 않음, 곧 사라짐. 度(도) : 지나감, 건너감. 寒潭(한담) : 가을이나 겨울철의 깊고 차가운 연못. 始(시) : 비로소, 처음으로. 隨(수) : ~에 따라서, ~를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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