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이라도 길들이면 부릴 수가 있고 마구 튀어 오른 쇳물도 마침내 틀 속에 넣을 수 있다. 다만 한결같이 우유부단하여 떨쳐 일어나지 않으면 곧 평생토록 아무런 발전도 없을 것이니라. 백사(白沙)가 말하기를 “사람들에게 병 많은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평생동안 병없는 것이 나의 근심이다.”라고 하였으니 진실로 옳은 말이로다. <원문原文>泛駕之馬(범가지마)도 可就驅馳(가취구치)요 躍冶之金(약야지금)도 終歸型範(종귀형범)이니 只一優游不振(지일우유부진)이면 便終身無個進步(변종신무개진보)니라. 白沙 云(백사 운)하되 爲人多病未足羞(위인다병미족수)나 一生無病是吾憂(일생무병시오우)라 하니 眞確論也(진확론야)로다. <해의解義>마구 날뛰며 수레를 뒤엎어 버리는 사나운 말도 길들이면 훌륭히 부릴 수가 있으며 녹이면 탁탁 튀는 나쁜 쇠도 잘 다루기만 한다면 틀에 녹여 부어 멋진 그릇을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나쁜 천성을 타고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꾸준히 수양하고 학문을 닦으면 마침내 훌륭한 인격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단념한다든지 우물쭈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공부를 게을리 한다면 평생토록 아무런 발전도 없이 그대로 일생을 마치고 말 것이다. 좋은 천성을 타고난 사람도 노력하지 않으면 퇴보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진헌장(陳獻章)의 다음과 같은 말은 매우 정확하고 옳은 표현이라 하겠다. “사람이 몸에 병들은 것은 부끄러워할 일이 못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며 또 쉽게 고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속에 발전을 위한 고심이 없는 것이야말로 진정 우려할 일이다.” <주註>泛駕之馬(범가지마) : 범(泛)은 뒤엎다, 수레를 뒤엎어버리는 사나운 말. 可就(가취) : ~에 나갈 수 있다. 驅馳(구치) : 자유로이 잘 달림. 歸(귀) : 들어가게 하다. 躍冶之金(약야지금) : 틀에 부으려고 녹이면 마구 튀는 나쁜 쇠. 型範(형범) : 틀. 一(일) : 한결같이, 오로지. 優游(유유) : 결단력이 없어 망설이며 우물쭈물 하는 것. 振(진) : 떨침, 분발하여 노력함. 無個(무개) : 한 개도 없음. 白沙(백사) : 명(明 )나라의 학자 지정한(陳獻章) 1428~1499의 호. 未足(미족) : 不足과 같은 뜻. 無病(무병) : 여기서는 마음 속에 고민이 없음을 뜻함. 確論(확론) : 확실한 의논, 정확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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