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작은영화관 김제시와 고창군전국적으로 작은 영화관 붐이 일고 있다. 지자체나 전문 업체 위탁을 통해 운영되는 작은 영화관은 50석에서 100석 이내 규모로 개봉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함양만 보아도 개봉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진주나 거창까지 가야 한다. 영화를 보고, 간단한 간식을 곁들이고, 밥까지 먹으면 4인가족 기준으로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지출하는 금액이 10만 원 가량 된다고 한다. 문화소외지역인 군단위의 소규모 지자체 지역민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작은 영화관은 그 지역의 문화 트렌드마저 바꾼다. 작은 영화관에서 사람이 모이고 추억을 나누며 시간을, 문화를, 정서를 쌓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지역민 가까이에서 군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바로 작은 영화관이다. 이번 기획취재는 타 지역의 작은 영화관 사례들을 통해 함양군의 유치 가능성과 유치한 이후의 활용 사례들을 집중해서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1. 경남에도 불기 시작한 작은영화관 열풍2. 영화관 없는 함양군의 현실3. 전국 1호 장수군의 작은영화관4. 전북 작은 영화관 김제시와 고창군5. 함양군 작은 영화관의 필요성전국적인 붐이 일고 있는 작은 영화관 사업은 현재 전국 30여개 지자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작은 영화관 운영은 전문업체 위탁이나 지자체 직영 등으로 나뉜다. 전문업체의 경우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영화산업을 알지 못하는 지자체의 여건상 전문화된 업체에 위탁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은영화관을 운영하는 지자체에서는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에 위탁하고 있으며 일부 고창과 서천, 완주군 등에서는 지역 단체에 위탁함으로써 영화관을 운영한다.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다. 김제시와 고흥군, 울주군이 그곳이다. 지자체 직영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와 지역민 편의를 제공할 수 도 있다. 전문가들은 위탁과 직영 모두 장단점이 있는 방법으로 어느 것을 선택하든 운영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남해군과 장수군의 작은 영화관의 경우 사회적협동조합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사례였으며, 이번에는 지역단체인 문화원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고창군과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김제시의 사례를 살펴보려 한다.김제시 지평선 시네마지난 2013년 9월 5일 우리나라 최초의 작은 영화관 지평선시네마가 개관했다. 지평선시네마는 김제시가 5억5000만원, 전라북도 3억5000만원 등 총 10억 원의 비용을 들여 김제 청소년수련관 1층(2개관·총 99석 규모)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비 지원이 없었지만 전북도에서 적극 지원했다. 영화관은 매일 오전 10시∼오후 11시까지 5차례 최신 영화를 상영하며 관람료는 5000원으로 도시의 멀티플렉스 상영관보다 저렴한 편이다. 마을에 극장이 생기면서 주민들의 일상에 활기가 넘치게 된 건 물론이다. 인구 9만3000명의 김제시는 한때 20만명이 넘어갈 정도로 중규모 이상의 시단위 지자체였다. 영화관도 시내를 비롯해 면단위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고 인근 20분 거리의 전주와 익산, 군산 등지에 밀리면서 영화관이 모두 없어지고 말았다. 2013년 전북도지사 공약으로 영화관이 없는 시군을 대상으로 영화관 신설 공모를 거쳐 김제시에 우리나라 첫 작은 영화관 지평선 시네마가 만들어졌다. 65석과 34석 등 2개관으로 구성된 지평선시네마는 지난해 관람객만 8만명이 다녀갔다. 손익분기점이 4500명 선으로 한달에 5000명 이상, 평일에는 100~150명, 휴일에는 300~400명의 관객이 찾는다. 이 같은 관람객들로 인해 1년에 약 5억5000만 원 가량의 영화관 수익이 발생하고 실수익의 경우 약 1억 원 정도이다. 지평선 시네마를 직접 운영하는 김제시의 경우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5억 원의 예산을 사용한다. 위탁이 아닌 직영 체제로 운영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이곳에서는 멀티플렉스에서 지루하게 나오는 광고는 찾아볼 수 없다. 상업적 광고는 없지만 시정 홍보나 공공광고 등 약 3분 정도의 광고가 나간다. 광고를 제공할 경우 영화관 수입이 발생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업 광고를 내보내지 않는다. 영화관이 만들어진지 3년이 넘으면서 매니아층도 만들어졌다. 약 500명 가량의 영화 매니아들은 개봉작을 빠짐없이 본다. 이곳에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지에서 단체관람도 월 15~20회 가량 들어온다. 영화관이 만들어지면서 지역 경제도 어느 정도 생기가 돌고 있다. 기존에 영화를 보기 위해 전주와 익산, 군산 등으로 나갔던 인구가 지역에 개봉영화관이 생기면서 지역에서 소비하는 움직임도 커졌다. 이로 인한 경제 효과는 약 20~30억원 가량으로 추산할 정도다. <인터뷰>작은 영화관, 담당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허정구 김제시청 문화예술담당“담당자와 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작은 영화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김제시 지평선시네마 기획단계에서부터 줄곧 이끌어 온 허정구 문화예술담당의 조언이다. 영화관이 없는 지자체에 작은 영화관을 만드는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핵심 사업으로 의지만 있다면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적자가 나도 지역 시민에게 그만한 문화 혜택이 간다고 보면 된다. 도로포장 한 곳 안하고 지역민 3~4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또한 영화를 보기 위해 외지로 나가야 하는 시간적 비용과 금전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제시에서도 처음 작은 영화관을 기획할 당시 우려도 많았다. 그는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작은 영화관은 수익사업이 아니라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차원이었다. 처음에는 직영을 하고 수익을 보고 위탁을 결정하자는 분위기였다.”라며 “초창기에만 어렵지 정착된 이후에는 쉽게 운영할 수 있다. 적자가 무서우면 운영 위탁을 주면 된다.”라고 설명했다.허정구 계장은 “처음에는 막막했다. 누가 영화를 틀고, 누가 운용할 것인가 고민이었다. 그러나 행정적은 총괄만 하면 된다. 전기나 통신, 설계 등은 T/F팀을 만들어 모두가 함께 힘을 합하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주무부서의 의지이다. 또 이미 많이 만들어진 작은 영화관들을 벤치마킹 하면 쉽게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운영을 하다보면 적자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십억 적자가 아니라 수천만 원이다. 이 만큼의 적자로 수천 수만 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작은영화관은 공무원과 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고창군 작은 영화관 동리시네마전북 고창군 고창읍성 아래에 위치한 동리국악당 지하에는 고창군의 작은 영화관 동리시네마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4년 6월20일 개관한 동리시네마는 고창군민의 놀이터이자 만남의 장소로 이용된다. 고창문화원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동리시네마는 옛 예총 사무실 겸 창고로 활용되던 곳을 리모델링해 2개관 93석 규모로 3D 62석, 2D 31석을 마련했다. 동리시네마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도시 영화관과 동일한 개봉영화를 상영한다. 인구 6만명인 고창군에서 지난 2015년 7만2000명의 유료관객과 무료관객까지 합하면 7만5000명 가량이 영화관을 찾았다. 초기에는 지자체로부터 전기료 부분을 지원받았지만 개관 초기부터 흑자가 발생하면서 전혀 지원을 받지 않는다. 인건비를 비롯해 영화배급료 등을 모두 제하고도 지난해 순수익 9000만원 정도가 발생했다. 수익이 발생하면 위탁운영하는 고창문화원에서는 시설투자를 비롯해 문화예술사업 등 지역문화인에게 환원하는 문화 사업을 진행한다. 영화관이 없던 예전 고창군민들은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광주와 정읍, 전주로 향했다. 어르신을 비롯해 가족단위, 그리고 학생들의 경우 멀리 타지로 영화를 보러갈 여건이 되지 않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이제는 학교 마치고 약속장소로, 영화를 보고 인근 카페를 찾는 만남의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같은 지역 관람객들을 위해 다양한 영화를 준비한다. 특히 지역 어르신들의 취향에 맞춰 개봉영화를 선택함으로써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게끔 만든다. 대도시의 경우 연인 커플 등이 영화관을 많이 찾지만 이곳 동리시네마는 가족단위와 학생들이 주 고객층이다. 학교 현장학습, 지역아동센터나 복지센터 등에서도 꾸준하게 단체 관람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지역 고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운영의 노하우다. 개관 2년이 넘으면서 동리시네마는 고창군민들의 일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영화를 볼 기회가 없어 관심 자체가 없었다면 이제는 영화가 개봉하면 알아서 찾아올 정도다. 또 특정 영화를 개봉해 달라고 주문도 이어진다. 고창군민들의 문화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 초기 예술영화를 많이 들여오지 않았지만 한 두개씩 들여오면 많은 매니아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찾는다. 멀리 광주에서도 이곳을 찾을 정도다. <인터뷰> 첫 시작이 어렵지 이후에는 쉽게 가능반석현 동리시네마 팀장“처음에 잘 지어 놓으면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첫 시작이 어려울 뿐이지 그 이후에는 쉽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고창군 작은 영화관 동리시네마를 운영하는 반석현 팀장. 영사기사이면서도 운영의 전반을 맡아보는 반 팀장은 작은 영화관의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사례들을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문화의 전당에서 지나간 영화를 틀어주기도 했다. 영화의 화질도 문제였고, 음향도 좋지 않았다. 담당공무원이 우리지역에도 개봉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동리시네마가 시작될 수 있었다”라며 동리시네마의 시작을 설명했다. 그는 또 “객석이 너무 적은 것도 어느 정도 문제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오면 매진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또 성수기에 수익을 내야 하는데 많은 관람객이 들어올 수 없는 아쉬움도 있다. 어느 정도는 수용 가능한 영화관이었으면 한다. 100석 이상 하나, 그리고 50석 이하 하나 정도”라고 조언했다. 반 팀장은 “영화관을 개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사 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역에서는 인력을 구하기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의지를 가진다면 작은 영화관을 개봉해 지역민들에게 문화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고창문화원에서 위탁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초기에는 관 등에서 어느 정도 관여를 했었다. 지금은 직접적인 관여는 전혀 없다. 수익이 날 경우 문화원에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다.”라고 자신했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행한 작은 영화관 매뉴얼이 있다. 공무원을 위한, 영화관 운영자를 위한 영화관 컨설팅 등이 수록되어 있어 작은 영화관을 쉽게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강대용·강민구 기자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