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장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안으로 자기 자신에게 나타내지 않고 밖으로 남에게도 나타내지 않으면 곧 한 말의 곡식이라도 가히 만종(萬鐘)의 은혜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남에게 이익을 베푸는 사람이 자기의 은혜 베품을 계산하고 남에게 보답을 강요한다면 비록 백일(百鎰)의 큰 돈일지라도 한 푼의 공로도 이루지 못할 것이니라.<원문原文>施恩者(시은자)가 內不見己(내불견기)하고 外不見人(외불견인)이면 卽斗粟(즉두속)도 可當萬鍾之惠(가당만종지혜)어니와 利物者(이물자)가 計己之施(계기지시)하고 貢人之報(책인지보)면 雖百鎰(수백일)이라 難成一文之功(난성일문지공)이니라.<해의解義>앞장과 같은 의미를 지닌 가르침이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고 이로움을 줄 때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남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지 물건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그러므로 은혜를 베풀 때 남에게 은근히 뽐내고 자랑하는 마음이 없고 남에게 드러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면 비록 한 말의 곡식을 주었더라도 이것은 만 석의 곡식을 베푸는 것과 비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은혜를 베풀면서 자기의 공로를 계산하고 따진다면 비록 천 냥의 돈일지라도 한 푼의 가치도 지닐 수 없는 것이다. 보시란 자기가 가진 것을 그것마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고 함께 갖고자 하는 이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이야 말로 비할 데 없이 숭고한 정신이며 어둡고 암울한 인간사회를 밝혀 줄 한 줄기의 빛인 것이다.<주註>施恩(시은) : 남에게 은혜를 베풀다. 不見己(불견기) : 자신에게 드러내지 않음, 즉 내가 남을 돕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음. 不見人(불견인) : 남에게 드러내지 않음, 남에게 은혜를 느끼도록 하거나 자랑하지 않음. 斗粟(두속) : 한 말의 작은 곡식. 可當(가당) : 해당함. 萬鍾(만종) : 굉장히 많은 곡식, 鍾(종)은 하나의 단위로, 여섯 섬 네 말(六㪶四斗)이 일 종임. 人之報(인지보) : 남이 보답하는 것. 百鎰(백일) : 많은 돈, 이십냥(二十兩)이 일 일이됨. 一文(일문) : 한푼, 아주 적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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