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학문하는 사람은 오직 정신을 수습하여 한 길로 집중해야 한다. 만약 덕을 닦으면서 일의 성공이나 이를 드러내는 것에만 마음을 쓴다면 결코 참된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요, 책을 읽으면서 읊조리는 재미나 풍류에만 감흥을 의탁한다면 결코 깊은 핵심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니라.<원문原文>學者(학자)는 要收拾精神(요수습정신)하여 倂歸一路(병귀일로)니라.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여수덕이유의어사공명예)면 必無實詣(필무실예)며 讀書而寄興於吟咏風雅(독서이기흥어음영풍아)면 定不深心(정불심심)이니라.<해의解義>학문을 닦고 덕행을 닦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신을 그곳에만 집중시켜 정진하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덕을 닦으면서 그 결과인 출세와 명예에 마음을 둔다면 진정한 덕의 경지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또 글을 읽으면서 그 글의 뜻과 참된 의미를 캐고 궁구하는데 마음을 두어야지 글에 가락을 붙여 읊조리는 맛이나 글 속의 맛스럽고 우아한 풍류에만 흥을 일으킨다면 글의 참뜻을 깨우칠 수 없을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오직 학문 그 자체에만 덕을 닦는 사람은 오직 수양 그 자체에만 정신을 쏟아야 그 궁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향을 싼 종이에서 자연히 향내가 흘러나오고 주머니에 든 송곳이 저절로 밖으로 튀어나오듯이 깊은 학문과 높은 인격이 절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결과 좋은 벼슬과 아름다운 명예는 자연히 몸에 감겨 들어오지 않겠는가. <주註>要(요) : ~하는 것이 중요함. 收拾(수습) : 거두어 들임, 가다듦음. 倂歸(병귀) : 집중시킴. 事功(사공) : 일을 성사시킴, 곧 공을 이루어 출세하는 것. 實詣(실예) : 진실된 경지. 寄興(기흥) : 흥을 불러일으킴. 吟咏(음영) : 가락을 붙여 글을 읊조리는 것. 風雅(풍아) : 멋스러운 아취, 곧 풍류. 定(정) : 정녕코. 深心(심심) : 깊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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