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라고 하면 대개 해운대해수욕장이나 태종대공원을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부산에 휴가를 즐기러 간다면서 이런 장소들만 찾는다면 부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들어 부산이 크게 변모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휴가지, 관광지들이 대폭 생겨났다. 경남지역신문협회는 경남도민들의 여행, 휴가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부산시의 후원을 받아 `신 부산 여행 지리지` 시리즈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여름휴가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여가·오락·문화·놀이를 한 곳에서 해결 가능 부산 해운대에 여행을 간다고 했더니 다들 "해운대 해수욕장 가느냐"라고 물었다. 더운 날씨에 해수욕장에는 왜 가느냐고 반문하니, 다들 "더우니까 해수욕장 가는 것 아니냐"라며 이상한 말을 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부산의 맨해튼`에 간다며 웃었더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대체 어디를 가려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얼굴들이었다. 20여 년 전 기자 초년병일 때 미국 뉴욕 맨해튼에 간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도 올라가 보고, 월스트리트를 걸어 보기도 했다. 온갖 고층 건물이 즐비한 맨해튼은 뉴욕의 중심부이며 세계의 상업·금융·문화의 중심지이다. 그렇다면 `부산의 맨해튼`은 과연 어디일까. 해운대 지역 일부 주민들이 이런 별명을 붙인 곳은 바로 수영비행장이 있었던 `센텀시티`다. 2007년 정보통신·영상·오락·국제업무 등의 기능을 갖춘 첨단 복합 산업단지로 변신해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복합단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센텀시티는 뉴욕 맨해튼과 비교해 규모나 성격은 다르지만, 어쨌든 부산의 맨해튼이라 불릴 정도의 분위기는 충분히 나는 곳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곳에는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KNN방송국, 부산영화의전당, 벡스코, 부산시립미술관 등 각종 쇼핑, 문화예술 공간이 몰려 있다. 또 부산요트경기장, 해운대해수욕장까지는 불과 5~10분 거리다. 여행의 목표는 센텀시티를 다 둘러보는 것이 아니다. 목적지는 바로 `신세계 센텀시티`, 즉 신세계백화점이다. 북부산요금소를 기준으로 할 경우 만덕터널~미남교차로~내성교차로~안락교차로~원동IC사거리를 거쳐 30~50분 사이에 도착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한두 달에 한 번씩 신세계백화점을 들르기 때문에 분위기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름휴가철에 찾은 신세계백화점은 평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시원한 옷차림(가끔은 거의 비키니 수영복 수준의 옷도 보였다)에 가벼운 샌들을 신은 젊은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유모차를 몰고 곳곳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잡담을 즐기는 젊은 엄마들까지…. 신세계백화점은 그야말로 여름 휴가지였다. 점심시간 무렵이어서인지 지하 1층 식당가는 매우 붐볐다. 원래 대형매장이 있던 곳이었지만, 최근 매장을 철거하고 푸드코트(식당가)를 차렸다. 부산 시내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식당들을 다수 입점시켰다고 한다. 일본식 도시락에서 만두, 햄버거, 한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빈 식탁을 찾기가 힘들었다. 푸드코트는 아니지만 지하에 있는 `이흥용 제과점`은 월 매출이 1억 원을 넘을만큼 인기라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연면적 29만 3천여㎡로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백화점이다. 면적이 넓다는 이유만으로 여름 휴가지나 여행 목적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쇼핑을 즐기는 백화점이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여가·오락·문화·놀이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설치돼 있다. 다른 지역의 여행지로 가느라 오랫동안 차를 타는 게 싫거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수욕장·계곡에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면 이곳을 찾는 게 좋은 휴가가 될 수 있다. 남편과 맛있게 만두를 즐기던 강성옥(45·서울 방배동) 씨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이틀 동안 물놀이를 했다. 너무 더워 이곳으로 왔다. 오전에는 1층 스파랜드에서 온천을 즐기고 점심을 먹으러 왔다. 오후에는 5층 영광도서에 가서 책을 좀 읽다가 10층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웃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들이 들으면 실망(?)할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굳이 쇼핑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다양한 시설을 즐기고 시간을 보내다 집이나 숙소로 돌아가면 된다. 먼저 시간을 때우기 좋은 각종 위락시설들을 살펴보자. 1층에는 7천900여㎡ 규모의 온천인 스파랜드가 있다. 욕탕, 찜질방, 휴식공간, 주문형 레스토랑, 카페, 음료바, 네일바, 아로마 멀티숍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찜질 시설에서 가장 먼저 고객을 맞이하는 것은 정원처럼 꾸며 놓은 공간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찜질방이다. 황토방, 소금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2층에도 여러 개의 방이 있다. 핀란드 사우나, 로만룸, 바디사운드룸, SEV룸, 피라미드룸 등 다양한 찜질방이 보인다. 찜질방 입구에서 반대쪽으로 가면 야외 온천인 실외 족탕이다. 찜질방을 나와 2층으로 가 본다. 찜질에 지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용객들이 편안한 소파에 누워 소파마다 비치된 개인용 모니터를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다. 릴랙스룸이다. 5~10층에는 CGV영화관이 있다. 일반관 7개, 시네 드 셰프 2개관 외에 국내에서 두 번째로 스크린이 크다는 스타리움 1개관이 설치됐다. 스타리움관 스크린의 규모는 가로 27, 세로 11.5다. 10개 상영관의 총 수용 규모는 2천100석에 이른다. 시네 드 셰프는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영화를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다. 5층에는 면적 3천240㎡인 교보문고가 있다. 다양한 문구·음반·선물 등을 판매하는 핫트랙스는 항상 어린이, 청소년들로 붐빈다. 이곳에서 다양한 풍미의 젤리를 맛보는 것도 재미다. 티움, 키움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간에서는 고객들이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단, 독서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조용히 하는 게 기본 예의다. 여기서는 수시로 독서·강연·동화구연·마술 이벤트가 열린다. 북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책을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3층에는 2천810㎡ 규모의 아이스링크가, 6층에는 400㎡ 크기의 문화시설인 신세계 갤러리가 자리잡고 있다. 외벽에 통유리가 설치돼 바깥에서도 갤러리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9층에는 1천190㎡ 크기의 신세계 문화홀도 있다. 뮤지컬, 콘서트, 연극 등이 공연되기도 한다. 신세계백화점이 2009년 3월 개장할 때만 해도 9층 옥상은 원래 단순한 정원이었다. 백화점 주변 전경을 둘러보기에 좋은 일종의 전망대 노릇을 했다. 이곳은 그러나 2012년 4월 `주라지`라는 테마파크로 변신했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다. 또 신세계백화점에 `놀러` 온 젊은 연인들이 사랑의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세 아들을 둔 신영옥(33·부산 좌동) 씨는 "평소 특별히 갈 곳이 없을 때 아이와 함께 신세계백화점을 즐겨 찾는다. 주라지에서 미끄럼틀도 타고 공룡과 함께 사진도 찍는다. 그러다 안으로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마시거나 책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신세계백화점은 해운대에 위치한 탓에 경남지역에서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이곳을 찾는 경남도민들은 적지 않다. 신세계백화점 문진양 홍보팀장은 "지난해의 경우 전체 방문객 가운데 울산, 경남 지역 고객이 26%를 차지했다. 서울, 경기도지역 고객까지 합치면 무려 36%에 이른다. 백화점에서도 경남도민들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지역신문협회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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