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명아주로 국 끓여 먹고 비름으로 창자를 채우는 사람 중에는 얼음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비단옷을 입고 옥같은 흰 쌀밥을 먹는 사람 중에는 좀처럼 굽신거리는 것을 달겨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지조는 담박(澹泊)함으로써 밝아지고 절개는 비감(肥甘)을 쫓음으로써 잃게 되느니라. <원문原文> 藜口莧腸者(여구현장자)는 多氷淸玉潔(다빙청옥결)하고 袞衣玉食者(곤의옥식자)는 甘婢膝奴顔(감비슬노안)하느니 蓋志以澹泊明(개지이담박명)하고 而節徒肥甘喪也(이절종비감상야)니라. <해의解義> 예부터 비천한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선비는 그 청렴함과 지조를 높이 사왔다. 그러나 부귀의 뒤안길에는 항상 불의와의 타협과 권세에 아부함이 도사리고 있는 때가 많다. 그러므로 얼음처럼 뜻이 맑고 옥처럼 지조가 깨끗한 사람은 차라리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천하고 맛없는 명아주나 비름으로 배를 채울지언정 뜻을 굽혀 불의와 타협하거나 지조를 더럽히며 권세에 아부함으로써 얻어지는 부귀는 취하지 않는다. 부귀와 공명을 하찮은 것으로 보고 명예와 호사를 덧없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만이 깨끗하고 차가운 절조를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다. <주註> 藜口(여구) : 명아주를 먹는 입, 명아주는 일명 학항초(鶴項草)라고도 한다. 산이나 들에 아무렇게나 자라며 어린 잎은 먹기도 함. 莧腸(현장) : 비름으로 창자를 채움. 비름 역시 산이나 들에 자라는 일년초로써 현채(莧菜)라고도 한다. 이것 역시 어린 잎은 먹는다. 氷淸玉潔(빙청옥결) :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한 지절(志節)을 의미함. 袞衣(곤의) : 왕이나 귀족들이 입는 비단으로 만든 옷. 玉食(옥식) : 쌀밥이나 고기 등으로 만든 귀하고 맛있는 음식. 婢膝(비슬) : 종처럼 무릎을 꿇고 굽신거림. 비(婢)는 계집종을 말함. 奴顔(노안) : 노예처럼 아첨하는 얼굴을 함. 노(奴)는 사내종. 蓋(개) : 대개, 대저, 일반적으로. 澹泊(담박) : 담담하고 맑음, 청렴결백함. 비감(肥甘) : 기름지고 달콤함, 즉 부귀. 喪(상) : 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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