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105회 기차소리 요란해도 옥수수는 잘도 큰다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 삶은 옥수수휴가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성질이 급한 사람들은 벌써 지리산 계곡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휴가철이 되면 지리산 계곡으로 들어가는 인근의 농가 밭에는 사람 키보다 큰 옥수수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아마도 곧 옥수수를 직접 찌면서 파는 농부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보낸 강원도엔 정말 옥수수가 잘도 컸다. 늘 고개를 들고 쳐다봐야할 만큼 키가 큰 옥수수에는 정말 내 팔뚝보다 큰 옥수수가 몇 개씩 달려있어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더운 여름을 나는 훌륭한 간식의 하나였다. 내가 옥수수가 먹고 싶다고 하면 늘 외할머니께서는 밭에 가서 옥수수를 따올 테니 가마솥에 물을 넣고 아궁이에 불을 때라고 말씀하셨다. 금방 쪄서 막 꺼낸 뜨거운 옥수수를 싸리가지에 꿰서 들고 호호 불며 뜯어먹는 맛이란 어디에도 비교하지 못할 천상의 맛이었다. 아무튼 어린 나이의 나는 외할머니께서 왜 꼭 가마솥을 건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놓으시고 옥수수밭으로 가시는지 알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나이가 들고 직접 옥수수를 쪄서 먹을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 옥수수밭옥수수는 따서 바로 찌지 않으면 옥수수 속 탄수화물이 다당류로 변하면서 단맛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단맛을 잃게 되기 전에 바로 쪄서 먹어야 맛있는 옥수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인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바로 쪄서 먹는 옥수수의 맛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추측컨대 아마도 길에서 옥수수를 쪄서 파는 이유도 그나마 좀 더 노화되기 전의 옥수수맛을 보여주기 위한 상술에서 출발하였을 것이다. 남미지역이 원산지인 옥수수는 고려 말에 우리나라에 전해졌으며 그 재배역사는 짧지만 재배가 용이하고 생산량이 많으며 맛이 좋으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작물이 되었다. 한방에서는 옥수수를 옥촉서라고 부른다. 맛이 달고 성질이 화평하므로 식량이 부족한 나라의 사람들이나 쌀 작황이 좋지 않은 해에는 주식으로 먹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는 작물이기도 하다. 식욕이 없을 때나 소변이 잘 나가지 않을 때. 몸이 부울 때. 만성신장염. 고지혈증. 고혈압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수수에 함유된 마그네슘은 장벽 운동을 증가시키고 담즙분비물을 증가시켜서 장내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 이완하므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항고지혈증. 항고혈압 등과 같은 효능들이 식품과학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옥수수를 볶아서 상시 음용하기 시작한 우리의 선조들은 정말 슬기로운 영혼을 가진 민족이었던 것 같다. ▲ 올챙이묵하지만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펠라그라와 같은 피부병이 생기기도 하며. 오메가3. 6의 조성 비율이 잘 맞지 않아 문제가 되므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들깨를 충분히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원도에서는 말린 옥수수의 껍질을 까서는 맷돌에 갈아서 옥수수쌀을 만들어 부족한 쌀 대신 밥을 해서 먹었다. 요즘은 냉장고의 성능이 좋으므로 여름에 한창 많이 나는 때에 살짝 삶은 옥수수의 알을 따서 냉동시켜 두었다가 밥을 할 때 한 줌씩 넣어 해먹으면 껍질이 톡톡 터지는 재미에 쫄깃한 식감이 밥맛을 더욱 좋게 해준다. 어머니는 가끔 옥수수와 함께 팥을 푹 삶아 주셨다. 찰옥수수의 찐득하고 쫄깃함에 팥의 구수함이 더해져 숟가락으로 퍼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 가끔 생각나는 음식이다. 여름방학이면 외가에서 가서 먹던 막 쪄낸 옥수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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