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남(함양군청 민원과)함양에 살면서 등산을 좋아하는 까닭에 국립공원1호인 지리산을 자주 오르곤 한다.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돌이 너무 많아 황폐해 보이기까지 해서 갈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쓰라린 아픔으로 다가오곤 했다. 이제까지 천왕봉을 120회정도 오르면서 지리산 최고봉이 민둥산으로 바뀌는데 나도 일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그러던 차에 천왕봉을 살리기 위한 흙 나르기 캠페인을 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정말 의미 있고 뜻 깊은 행사라 생각되어 나도 한번 꼭 동참해 보고 싶어졌다.6월24일 일요일. 이른 아침을 먹고 남편과 함께 행사장인 중산리탐방안내소를 향해 달린다. 8시쯤 도착을 하니 이미 많은 등산객이 흙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한 봉지의 흙과 모 스포츠사에서 협찬하는 기념품 받아들고 천왕봉을 향해 오른다.등산을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구슬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중산리로 오르는 등산로도 곳곳에 흙이 씻겨 내려가 인위적인 돌계단이 계속되어 상당히 가파르고 힘이 든다. 법계사를 뒤로하고 오름짓을 계속한다.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의 거리는 2km이지만 경사가 상당히 심해 초보자의 경우에는 매우 힘든 구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숨을 헐떡거리며 정상을 향해 한발한발 힘들게 올라간다. 갈수록 경사는 점점 더 심해지고. 등산로는 황폐할 대로 황폐해 자칫하면 돌멩이가 구를 것 같아 조심해서 올라간다. 잠시 위를 올려다보니 벌거벗은 천왕봉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눈물을 흘리는 듯 하여 가슴이 너무 아프다.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곳곳에 나무계단을 만들어 등산객에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고. 훼손지역 복원에 앞장서고 있지만 일부 등산객은 이를 무시하고 출입금지 팻말이 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버젓이 들어가 식사를 하기도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드디어 천왕봉 정상이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풍이 몰아친다. 배낭속에서 내 이름이 적힌 흙 봉지를 꺼내어 쌓아놓으니 죄책감이 조금은 덜어진 기분이다. 비록 많은 양의 흙은 아니지만 이 한 봉지의 흙이 천왕봉을 살리고. 더불어 지리산을 푸르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천왕봉을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는 중산리이지만 백무동에서도 많은 등산객이 천왕봉을 오른다. 이번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느낀점은 천왕봉 살리기 흙 나르기 행사에 좀 더 많은 등산객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백무동탐방안내소에서도 행사를 동시에 실시하고. 한시적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참여가 될 수 있도록 탐방로 입구에 항시 흙을 비치하여 등산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천왕봉 살리기 흙 나르기 캠페인은 오는 7월14일까지 매주 토요일 실시한다고 하니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캠페인에 한 번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끝으로 지리산 천왕봉에 고산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